우리는 상대를 속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상대방이 꼼짝 못하고 믿도록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잘 먹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모르는 전문용어나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면 상대방이 잘 믿는다. 금융시장에서 악재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이런 새로운 용어나 전문용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투자자들은 기업 실적, 증시 유동성, 경기 전망 등 기본적인 분석은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스트레스테스트, 출구전략, 더블딥, 재정절벽 등 무수히 많은 새로운 단어를 접하면 공포감을 느낀다. 따라서 이를 이용한 주체들에게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는 시퀘스터라는 단어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시퀘스트(Sequestret)라는 단어의 본뜻은 '가압류' 혹은 '몰수하다'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보면 미국 예산의 일부를 몰수하는 것 즉, 강제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2011년 8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부채 한도를 늘리며 재정지출 자동삭감을 합의한 사안으로 애초 올해 1월 1일부터 강행될 예정이었으나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미뤄졌다. 이달 부터 시행돼 미 연방정부는 지출을 연간 1100억 달러씩 10년간 총 1조2000억 달러를 자동삭감해야 한다.

미국의 시퀘스터 발동 외에도 이탈리아 총선, 중국 양회의 시작 등 정치적인 이벤트가 산재해 있지만 금융시장은 이미 상승장의 태세를 완전히 갖췄다. 전 세계 증시에서 가장 부진했던 한국 시장도 지난달 들어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외국인은 이미 한국 주식을 담기 시작하고 있다. 보통 증시가 2000포인트가 넘어가면 펀드 환매가 나타났지만 지금은 이미 수차례 환매가 이뤄져 그 규모나 속도는 예전만 못하다. 그리고 예탁금은 다시 증가하고 있고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는 10조 원 초반이라 아직 추가 매수 여력이 충분하다.

국내 증시는 현재 대기 매수세가 비교적 풍부해 증시가 쉽게 밀릴 국면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시퀘스터, 이탈리아 총선, 중국의 양회 등 악재를 운운하며 금융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논리에 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만들어내는 장난에 놀아나지 말고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의 기회를 잘 활용해 많은 수익을 거뒀으면 좋겠다.

장성준 현대증권 부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