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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양보'를 실천한 송순의(왼쪽) 씨와 김미자 씨가 6일 서면지하도상가에서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있다. 이진우 프리랜서 |
- 권리금 요구·감정싸움 없이
- 전차인과 무상합의해 '훈훈'
6일 자로 27년 만에 관리권이 부산시로 이관된 서면지하도상가의 '아름다운 상도(商道)'가 각박한 세태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임차인들이 전차인(임차인으로부터 재임대 받은 상인으로 실영업주에 해당)에게 권리금(합의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공짜로 점포 우선계약권을 넘긴 것이다.
김미자(여·67) 씨는 전차인에게 단 한 푼의 합의금도 없이 점포 계약권을 넘겼다. 김 씨는 서면지하상가에 2개 점포의 임차권을 갖고 있었다. 한 곳은 자신이 직접 숙녀복 매장을 운영하고 다른 한 곳은 임대를 줬다. 그는 "7년 7개월 동안 월세를 받았으면 됐다. 장사가 너무 안 돼 괴로운 그 심정을 내가 아는데, 권리금을 몇 백만 원이나 달라고 하기가 미안했다"면서 "몇 년 전에 임차인과 전차인이 소송사태까지 간 광복지하상가의 일을 보고 상가 전체의 안정과 발전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전대한 점포의 월세도 시세의 절반 정도만 받은 '천사 같은' 임차인이다.
또 다른 주인공인 송순의(여·58) 씨는 '바보 같은' 임차인이다. 송 씨는 임차인인 동시에 전차인이다. 그는 자신의 점포는 전대를 하고 다른 임차인의 점포에 들어가 월세를 내며 영업을 해왔다. 송 씨는 이번 합의 과정에서 자신이 장사를 하고 있는 점포의 임차인에게는 수백만 원의 권리금을 줬지만, 정작 자신이 전대한 점포는 합의금 없이 전차인에게 그냥 넘겨줬다.
송 씨는 "임차인과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 마음고생이 심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불황에 20년간 알고 지낸 지인에게 합의금을 받는 것이 양심상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임차인들이 몇 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 합의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점포를) 그냥 주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다"고 덧붙였다.
6일 부산시설공단에 따르면 계약 신청 마감일인 지난 5일까지 서면지하도상가 339개 점포 가운데 임차인과 전차인 간 합의가 되지 않은 점포는 12곳으로 집계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관리권 이관을 앞두고 임차인과 전차인 간에 합의가 된 점포에 대해서만 재계약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전차(재임대)를 통해 매월 고정 수입을 얻었던 임차인들은 실제 장사를 하고 있는 전차인에게 점포 우선계약권을 넘기는 대가로 수백만~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해 감정싸움(본지 지난 1일 자 13면 보도)으로 번지기도 했다.
선의로 점포 계약권을 전차인에게 넘겨준 임차인은 현재까지 전체 339개의 점포 중 김 씨와 송 씨 두 사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