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시간주립대 마크 윌슨 교수. 국제신문 DB(왼쪽), 리컨벤션 이봉순 대표이사.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마크 윌슨 교수

- 장기간 국제 인지도 높이고
- '더 좋은 도시' 일거에 구축
- 미래에 대한 주제 좋을 듯
- 산업과 예술 등 버무린
-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 이봉순 대표

- 브랜드 효과 엄청난 파급력
- 도시 위상, 훨씬 높아질 것
- 인류의 기대·변화에 착안
- 여수와 차별화해야
- 시민 적극적 참여 필수

2027년(인정) 또는 2030년(등록) 부산에서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적 석학 미국 미시간주립대 마크 윌슨 교수와 국내 대표적 국제회의·전시·행사기획 업체 리컨벤션의 이봉순 대표이사에게 이에 대한 답을 들었다.

윌슨 교수는 도시계획·디자인 분야 권위자다. 그는 2008년 부산에서 열린 제1회 도시발전(도시재생)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등 부산을 잘 아는 석학 중 한 명이다. 또 몇 년간 엑스포를 연구했고, 1993년 대전 엑스포 때는 대전에 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부산항 컨테이너 부두운영사에서 마케팅과 인연을 맺었다. 리컨벤션은 2012 국제 라이온스 세계대회의 종합대행사로 선정됐고, 2012 FAO 국제심포지엄, 2011 세계항만협회 총회 등 100회 이상의 국제회의, 포럼, 전시회 실적이 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윌슨 교수는 이메일로, 이 대표는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눴다.

■ 엑스포는 부산에 어떤 의미

-엑스포 유치는 부산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윌슨 교수 = 먼저 부산의 국제적 인지도다. 2005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 부산국제영화제로 부산은 외국에 많이 알려졌지만, 엑스포는 수개월 동안 부산을 전 세계 언론에 노출한다. 다음은 도시 재생이다. 많은 항구도시가 엑스포, 올림픽 같은 이벤트를 도시 재생의 기회로 활용했다. 1998 리스본 엑스포, 2010 상하이 엑스포가 그랬다. 낡은 항만 시설을 새로운 용도, 특히 상업, 엔터테인먼트, 주거지역으로 바꿨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역시 오래된 항구를 마리나와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세 번째는 엑스포 개최 5년 전부터 고용을 창출하는 각종 시설물 건설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엑스포 현장, 새로운 도로와 철도 등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산이 엑스포(수단)를 통해 더 좋은 도시(목적)를 일거에 구축한다는 사실이다. (남항, 북항 등) 옛 항구지역을 재개발하는 데에도 엑스포는 유용하다.

▶이 대표 = 먼저 브랜드 효과다. 부산은 아직 외국에서 낯설다. 엑스포를 유치하면 전 세계 언론에 노출되는 등 홍보 효과가 뛰어나다. 엑스포 때 부산을 찾은 외국인들의 경험이 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

-2012 여수 엑스포의 성과는. 우리나라의 대규모 등록 박람회 유치를 위한 시험무대가 됐을까.

▶윌슨 교수 = 2012 여수 엑스포를 직접 찾은 적이 있는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볼거리도 많았다. 여수는 도시 브랜드와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KTX를 박람회장에 연결했다. 옛 여수항은 보다 현대적인 상업시설이 될 것이다.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과 1993 대전 엑스포, 2012 여수 엑스포, 2002 한일월드컵 등으로 초대형 이벤트 개최 경험이 가장 풍부한 나라 중 하나다. 앞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도 예정돼 있다.

▶이 대표 = 여수 엑스포가 (다음 공인 박람회 유치의) 시험무대의 역활을 잘 해냈다. 리컨벤션이 여수 엑스포 당시 4건의 국제회의를 치러내는 과정에서 직접 경험한 결과다. 여수는 엑스포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급속한 도시 발전을 이끌어냈다.

오는 2015년까지 부산에 4~5곳의 특급호텔이 새로 생긴다. 외국 관광객의 수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개항 150주년이 되는 2026년에는 해양도시 부산의 위상이 지금보다 더 올라가 있지 않을까.

■ 미래·인류 전망 담은 주제로

-부산 엑스포의 주제는.

▶윌슨 교수 = 주제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도시를 보다 잘 개발하기 위해서다. 부산은 미래공학, 지속 가능성, 사이버 공간·인터넷 (U 시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대표 = 여수 엑스포에서 이미 '해양'을 다뤘다. 이를 다시 다루긴 그렇고, 세계박람회가 다음 인류의 기대감, 전망, 변화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글로벌 사회와 인류의 상생을 다루면 어떨까.

-부산항 남항과 영도, 북항 재개발 지역이 부산 엑스포 개최 예정지로 꼽힌다.

▶윌슨 교수 = 대부분의 도시는 옛 항구를 재생하는 데 엑스포와 같은 초대형 이벤트를 활용했다. 이는 부산에도 좋은 본보기다.

▶이 대표 = 엑스포 타운은 대부분 외곽에 자리잡았다. 엑스포를 도시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인데, 영도에 엑스포 타운이 들어선다면 원도심 재생에 날개를 단다. 공항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역 주민, 국민,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대표 = 다함께 꿈을 꾸는 게 중요하다. 2027년 부산에서 엑스포를 치르면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좋아지는지를 제대로 부각해야 한다. '유치해야 할'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부산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윌슨 교수 = 박람회장을 찾는 이가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한 가지 방법은 박람회장에서 활기찬 저녁 식사를 하도록 레스토랑과 엔터테인먼트 존을 만드는 것이다. 1998 리스본 엑스포는 많은 레스토랑을 운영했는데, 그곳에선 매일 밤 재미있는 콘서트가 펼쳐졌다. 그 덕에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았다. 부산도 저녁 때 주로 박람회장을 찾는 특별 입장권을 만들면 어떨까.

-오래 기억에 남고, 재미와 충격을 주려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까. 예를 들면 한식 디너쇼, 현대음악과 접목한 국악 공연 등이 있다.

▶윌슨 교수 = 산업과 예술을 버무린 콘텐츠가 좋을 것 같다. 외국인은 한국의 전통문화에 꽤 흥미를 갖겠지만, 한국인은 무언가 새롭고 다른 것을 보고 싶어할 것이다.

▶이 대표 = 콘텐츠는 참가하는 국가와 기업들이 만드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국가와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라진다. 그래서 마케팅이 필요하다.

동양 정신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동양, 한국, 그리고 부산이라는 연장선상에서 동양 정신문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이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