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새벽 4시 KBS, MBC, SBS 지상파 TV방송사의 아날로그 방송 전파 송출이 종료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이 시작된 지 56년 만으로 지난 1981년 1월 컬러 방송 도입 이후 두 번째 방송 혁명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과 디지털 방송 전파를 동시 송출해 왔지만 이제는 디지털 단일 전파만 송출하게 됨으로써 본격적인 디지털 방송 시대로 접어들게 됐다.

방송의 디지털화는 시청자의 일상생활과 연관 산업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5~6배 우수한 화질과 고음질(tape -> CD)이 구현되면서 훨씬 현장감 있는 고품질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휴대전화가 2G에서 3G로 다시 4G LTE로 진화하듯이 방송 서비스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고화질 디지털방송은 대형 TV 시장을 선도하면서 디지털TV, 디지털 콘텐츠 등 관련 산업발전을 촉진한다. 이미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삼성과 LG가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샤프를 밀어내고 강자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늘은 있다. 아직도 전국 5만여 가구가 디지털 전환을 하지 못해 TV를 아예 시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유료방송 가입자 중 아날로그 TV 보유자들도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동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디지털TV 구매비용을 지원하거나 디지털 컨버터를 무상 또는 구매비용을 지원해 왔지만 '디지털 사각지대'를 완전 해소하지는 못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는가?"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전국적으로 디지털 방송 전환이 완전히 이뤄진 것이냐?

= 오늘(31일) 새벽 4시 수도권지역에서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중단됐다. 그렇다고 전국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완전히 이뤄졌다고 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

아날로그 방송 전파 송출 중단으로 전국적으로 5만여 가구가 TV를 전혀 볼 수 없게 됐다. 아직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디지털로 전환되는데 왜 TV를 못 보게 됐다는 것이냐?

= 흑백TV를 보다가 칼라TV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칼라TV를 사야한다.

따라서 디지털 방송을 보기위해서는 디지털TV를 사거나 디지털 수신 안테나와 디지털 컨버터를 달아야 한다. 그런데 전국적으로 5만여 가구가 아직 디지털 TV를 구매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안테나, 디지털 컨버터를 달지 못하고 있다. 이들 가구는 TV방송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TV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186만 가구로 조사됐다. 이들 가구 중 97만 5천 가구가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면 TV를 볼 수 없는 가구가 이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이들 가구 중 45만여 가구에 컨버터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가구는 유료방송으로 가입하거나 공시청안테나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했고 정부 추산 5만여 가구는 아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 전환은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지상파TV의 아날로그 방송 송출이 종료된 것이다.

그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TV들은 지난 2001년부터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송 두 가지를 송출해 왔는데 2012년 12월 31일 오늘자로 아날로그 방송 전파 송출을 완전히 중단한 것이다.

▶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아날로그 전파 송출을 중단한 것이냐?

= 디지털 TV를 구매하지 않거나 컨버터를 달지 않은 가구 입장에서는 아무런 대책 없이 아날로그 방송 전파 송출이 중단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방통위는 그동안 디지털 전환을 위해 나름대로 총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 TV시청 가구가 1,734만가구로 추산되는데 5만 가구는 0.3% 정도라고 한다. 99.7%는디지털 전환이 완료됐다는 얘기다.

미국이 2009년에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고 일본은 지난해 7월 프랑스가 지난해 11월 영국은우리보다 두 달 빠른 지난 10월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했다. 이들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율은 98%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방통위는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와 비교하면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186만가구의 직접수신 가구 중 아날로그TV를 보유한 97만 5천 가구 중 5만여 가구가 디지털 전환을 하지 못한 상태이므로 이들을 기준으로 할 경우 디지털 전환율이 95%에 못 미치는 수준이고 여기에 케이블TV 가입자 중 아날로그 서비스에 가입한 가구 중 아날로그TV를 보유한 300만 가입자를 고려하면 디지털 전환율은 90% 미만으로 크게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방송 전환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에서 24번째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편이다.

▶ 그런데 왜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냐?

= 명쾌하게 답변을 하기가 좀 애매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고화질·고음질의 방송과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시책이니까 따라야 한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세계적인 추세이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고 하기에도 어딘가 좀 미흡하다. 다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흑백TV에서 컬러TV로 바뀐 것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방송전환추진단 신승환 홍보과장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80년대 컬러TV도입보다 파급효과가 큰 방송 패러다임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방송의 최대 장점은 선명한 화질이다. 디지털 방송은 현재의 아날로그 방송보다 5배에서 6배 정도 화질이 선명하고 음질도 아날로그보다 100~1000배 정도 잡음에 강해 테이프로 듣던 음악을 CD로 듣는 정도로 개선된다.

디지털 방송은 자막이나 해설, 수화방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장애인들의 방송 접근권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양방향 방송도 가능해진다. 지나간 방송을 다시 보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나 다양한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되고 초고선명 TV(UDTV)나 3차원 TV(3D TV) 시청도 디지털 방송을 기반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통신의 디지털화, 인터넷 대중화에 이은 방송 디지털화는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공간을 TV로 확대하며 방송통신 융합서비스를 가속화하고 디지털TV 확산 등 관련 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로 동시에 송출하던 주파수 중 아날로그 방송 송출 중단으로 여유대역이 생기게 됐다. 698MHz에서 806MHz 까지의 108M 주파수 중 40M는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사용하기로 했고 68M는 내년 10월쯤 사용을 결정 하게 될 예정이다.

이런 기술혁신과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 측면에서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 그런데 유료방송서비스 가입자들 중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가구는 어떻게 되는 거냐?

= 지상파TV에서는 더 이상 아날로그 방송 전파를 송출하지 않는다.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아날로그TV 보유 가구에서는 디지털 방송 전파 수신이 가능한 디지털TV를 구입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컨버터를 달아야 한다.

컬러TV가 도입됐을 당시 흑백TV를 보던 장면을 연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컬러로 바꾸지 않더라도 화면이 선명해지고 음질이 좋아진다. 그렇지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화질 화면을 보지는 못한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2,300만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케이블TV 가입자는 대략 1,500만여 단자(1가구 중 여러 가입자가 있으므로 가입자 하나를 1단자로 부름) 인데 이중 1,000만 단자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다.

방통위는 케이블TV 아날로그 서비스 가입자 중 70%는 디지털 TV를 보유한 가구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300만에서 330만 가입자는 여전히 아날로그 TV를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케이블TV 아날로그 서비스 가입자 중 디지털TV를 보유했을 경우 지상파에서 송출하는 디지털 신호를 그대로 받을 수 있으므로 HD급 화질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날로그 TV 보유 가구는 케이블 SO들이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서 재전송 해주므로 TV를 시청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화질은 디지털TV 보유가구보다 떨어지는 SD급을 볼 수밖에 없다.

케이블TV가 지상파TV의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또는 SD 신호로 변환해 재송신 하는 것을 두고디지털 전환이 아니라 사실상 아날로그 방송을 연장시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 디지털 전환이 유료방송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시청자의 보편적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시청자들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10%에 미만이다. 전체가구 중 90% 이상은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 등 다양한 유료 방송에 가입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는 상황이다.

디지털로 전환하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선명한 화질의 방송과 TV 다시보기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케이블 방송사들이 케이블 디지털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TV를 볼 수 없다는 허위의 사실을 퍼뜨리거나 가입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가입자를 유치해오다 방통위에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9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 7개 계열사와 CJ헬로비전 2개 계열사 등 10개 SO에 대해 6억 2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10개 SO는 디지털 케이블TV 상품 가입자를 유치하며 가입자를 속이거나 디지털 케이블TV 상품의 요금과 약관을 사전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가 지난 2009년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과장영업 피해 주의보를 내렸는데 그 이후 시정명령과 과징금, 경고, 주의조치를 받은 사례가 2010년 28건과 2011년 33건에 이어 2012년 9월까지 34건에 이르렀다.

방송기술인연합회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과 함께 방통위의 일방적인 디지털 전환을 비판하는 항의시위를 벌인 적이 있는데 이들은 "현재 디지털 전환사업 자체를 케이블방송을 포함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마케팅의 장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통위가 유료방송에 가입한 시청자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이런 비판이나오는 것이다.

▶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한 뒤에는 어떤 문제가 남나?

= 디지털 전환은 3단계로 이뤄진다. 디지털방송 전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임시 채널) 동시방송, 아날로그 방송종료, 디지털방송 임시채널을 확정 채널로 변경하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오늘(31일) 단행된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그 중 2단계 해당하는 것이고 마지막 3단계인 채널 재배치가 남아 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 이후 정부와 사업자들은 TV채널 재배치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470∼806MHz대역에 흩어진 디지털방송 채널(주파수)을 아날로그방송 종료 후 470∼698MHz대역내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채널을 재배치하면 기존 임시 채널로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방송국 채널이 바뀌면서 기존의 채널로는 방송 화면을 볼 수 없게 된다. 일시적이라도 '블랙아웃' 상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채널 재배치로 698MHz에서 806MHz까지의 여유 주파수 대역이 생기는데 이의 활용을 두고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8M중 40M는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주파수 경매를 할 경우 1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지상파 방송에서는 유럽처럼 지상파TV의 다채널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상파TV 방송사들은 OECD 국가들 중 지상파 TV방송의 다채널을 정부차원에서 제한하는 곳은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므로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기점으로 지상파 다채널에 대한 전면 허용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안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안에는 ▲유료방송에 대한 디지털 전환용 투자와 융자 확대 ▲저소득층 유료방송 가입자에게 디지털 전환 지원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사용 추진 ▲저소득층 대상 재송신료 면제 ▲저소득층에 '클리어쾀'(Clear QAM)방식 디지털 서비스 제공 등이 내용이 담겨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김 의원의 법안이 유료방송만을 위한 특혜성 법안이라며 방송법, 저작권법, 방송사의 편성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반면, 케이블TV방송업계는 전체 방송 수신 가구 중 약 90% 가구가 유료방송 가입 가구라는 점에서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포함하는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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