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m급 고봉의 등정로 중에서 주로 북쪽 코스가 험난하다고 한다. 가파른 데다 기상마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동·서·남쪽은 놔두고 유독 북벽(North Face)이라는 등반 용어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직에 가까운 직벽에만 페이스(Face)라는 이름을 붙이는 만큼 노스페이스는 말 그대로 인간의 도전을 허락하지 않는 '북쪽 직벽'을 일컫는다.
알프스 3대 북벽으로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 아이거를 꼽는다. 이 가운데 아이거 북벽은 세계 3대 난벽에 포함될 만큼 악명 높다. 아이거라는 이름도 괴물이라는 뜻의 독일어 '오거'에서 유래했다고. 아이거 등정이 본격화된 1930년대 9명이 목숨을 잃은 이후 지금까지 60명이 넘는 산악인이 이 북벽에서 숨졌다. 이 같은 악명 탓에 노스페이스는 아이거 북벽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다시피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국내에서 '악명'을 떨쳤다. 지난해 겨울 학생들 사이에서 '노페'로 불리면서 제2의 교복으로 간주될 만큼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았다. 한 벌에 80만~100만 원을 호가해 학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고 해서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렸다. 가격대에 따라 학생의 '계급'이 매겨지는 일들이 벌어졌다. 값비싼 노페를 사려고 돈을 훔치거나 친구 옷을 빼앗는 사건이 빈발, 학교 폭력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매출 6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치지해온 노스페이스가 올들어 대표주자 자리를 국산 브랜드에 내줬다는 소식이다. 롯데백화점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매출총액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코오롱스포츠로 나타났다. 시장 판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노스페이스가 1위를 탈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때 학생들의 과시적 소비였든 청소년기 동질감의 발로였든 '노페 교복'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는 노페의 인기 퇴조가 뚜렷한 대신 학생들이 실속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니 반갑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도 아웃도어 시장은 급성장해 올해 매출 규모가 5조 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젠 레저뿐 아니라 일상복이 된 아웃도어 브랜드의 거품을 뺄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