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여유롭고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의식이 확산되면서 '힐링'을 강조하는 문화상품들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충남 예산의 수덕사가 마련한 템플스테이에서 참가자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을 하고 있다. 수덕사 제공
# Marketing- 닫힌 지갑도 열게 하는 'H 마케팅'
- 여행상품·문화강좌도 등장
- 재테크 대신 꽃꽂이 등 인기
- 외식업계, 비빔밥 등 출시
바야흐로 '힐링'이 대세다. 최근 방송가·유통가 할 것 없이 힐링을 내세우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힐링의 인기가 상승하자 지역 내 다양한 업체들이 여행 및 문화, 먹거리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부산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업체들은 올해 다양한 힐링 관련 상품들을 출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여행 상품 판매다. 이마트는 최근 매장 내 여행사 코너에 '힐링 여행 코스'를 개설했다. 문의 고객이 넘쳐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1번가 역시 '수덕사 템플 스테이 1박 2일 여행권' 등의 상품을 출시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강좌로 힐링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곳도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와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등은 종교인을 비롯한 사회 명사들을 초청해 지친 일상 속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려줄 시간을 제공한다. 명곡 연주나 힐링을 주제로 한 강좌에서부터 몸과 마음을 다스려주는 요가 강습 등 종류도 다양하다. 지난 6월 롯데백화점이 부산 광복점을 비롯해 영남권 5개 점포에서 연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마음치유 명상 콘서트'는 보기 드물게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힐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팸퍼링(Pampering·스스로를 보살핌)족'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바쁘게 지내왔던 일상을 잠깐 멈추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재충전을 하자는 것이다. 백화점들도 이런 점에 착안, 그동안 인기를 모았던 재테크 강좌 등을 줄이는 대신 심신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꽃꽂이, 미술품 감상 등의 힐링 클래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전에는 노래교실 등과 같이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문화강좌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에는 거기에 더해 건강이나 품위있는 삶을 생각하는 쪽으로 참가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와 관련한 더 많은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힐링 열풍은 식·음료 분야에도 밀어닥쳤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서는 이른바 '힐링음식'을 선보이며 지친 몸에 기운을 북돋아주고 있다. 여러 가지 비타민이 보충된 샐러드에서부터 제철 버섯들을 듬뿍 넣은 비빔밥 등도 나왔다. 이에 따라 힐링을 강조한 음식이 외식업계의 신트렌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맞춰 힐링 관련 창업교육을 해주는 기업까지 등장했다. 이 업체는 가게를 열기 전에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미리 풀어야 한다며 예비 창업주들과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베이커리 카페 등에서 최근 샐러드 매출이 급증하는 것을 사회에 부는 힐링 바람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간파한 관련 업체들 역시 유기농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 등으로 고객들의 시선을 유혹하는 중이다.
주류 및 청량음료 업체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코카콜라는 최근 퓨전 스타일의 아이스티를 출시했고, 모 소주 업체는 유명 탤런트가 지인들과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힐링타임'을 갖는다는 내용을 담은 신개념 인터렉티브 광고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회에 부는 힐링바람에는 음식점도 예외일 수 없다. '웰빙남새뷔페'의 채식요리. 김동하 이진우 인턴기자
# Food- 슬로푸드 혹은 채식 음식 아니라 약이에요
- 간·위질환에 좋은 '삼제다슬기'
- 대표격 '이철한방보양삼계탕'
- 300개 레시피 '웰빙남새뷔페'
- 약선요리 전문점 곳곳 오픈
지역 향토 음식점들도 힐링 대열에 합류했다.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삼제다슬기'에서는 충북 옥천에서 공수해온 민물 다슬기로 12년째 간·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주 메뉴는 다슬기맑은국, 다슬기탕, 다슬기회무침 다슬기전골 등이다. 특히 다슬기와 인진쑥, 느릅, 졸복 등을 일주일간 다려 만든 약차는 숙취해소와 간수치 완화에 탁월해 찾는 마니아층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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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한방보양삼계탕'의 삼계탕. |
14년간 부산지역 힐링 음식점을 대표해온 부산진구 범천동 소재 '이철한방보양삼계탕'에서는 인삼 당귀 황기 구기자 등의 한약재를 녹아내릴 때까지 고아 만든 물로 만든 보약 삼계탕을 사시사철 판매한다. 삼계탕 한 그릇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40~48시간. 삼계탕과 함께 나오는 인삼주도 별미다. 30~35도 소주에 5~6개월간 담근 그윽한 인삼 향이 삼계탕의 풍미를 배가시켜 준다.
주인 이숙희 씨는 간암 수술을 한 남편의 보양식을 연구하다 지금의 삼계탕 요리를 개발했다. 그런만큼 음식이 약이 된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땐 나이 든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며 "삼계탕 한 그릇이 도시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 서면 영광도서 옆의 '웰빙남새뷔페'는 채식뷔페로서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다. 쇠고기 맛이 나는 육개장, 감자를 주성분으로 한 자장면, 마요네즈가 필요 없는 샐러드 등 몸에 좋은 음식들이 그득하다. 고기를 전혀 쓰지 않고 콩과 과일, 견과류로만 만드는 밀고기는 이 뷔페의 가장 인기 품목이다. 모두 300여 가지의 레시피를 갖고 있으며 매일 50여 가지 정도를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육고기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간경화와 당뇨가 찾아와 고통을 겪었던 주인 이경호 씨는 채식을 하고부터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 마음의 안정도 얻었다고 한다.
이 밖에 부산지역에서는 사찰음식이나 몸과 건강에 좋은 음식을 표방하는 약선요리 전문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현대인들의 관심이 음식의 양에서 질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힐링 개념이 담긴 음식점들 역시 꾸준히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