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소수 업체만 입찰 가능"
- 부산건설협회 강력 반발

2015년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부지 조성 공사부터 지역 기업을 홀대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건설협회는 20일 한국과학기술원이 이전 부지 연약지반 보강공사를 시행하면서 과다한 실적 제한으로 지역건설업체의 참여를 막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내고 입찰 조건을 정정해 줄 것을 기술원과 부산시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추정가격 82억 원 규모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전 부지 연약지반 보강 공사'를 지역의무공동도급 비율 40% 이상으로 발주했다.

추정가격만으로 보면 국가계약법 시행규칙에 따라 '150억 원 미만의 공공기관 일반건설공사는 지역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지역제한대상공사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술원은 7만 ㎡ 이상 모래말뚝다짐공법으로 지반을 개량한 실적을 갖춘 기업으로 입찰 조건을 제한했다. 모래말뚝다짐공법은 연약지반에 모래를 압입해 연약지반을 개량하는 것으로 과거 특수공법이었으나 현재는 일반화되어 있다.

협회는 이 정도의 실적을 갖춘 기업은 전국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해 이들 업체와 공동도급체를 구성하지 못하는 대다수 지역건설업체는 참여조차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19일 실적증명서 제출기한 마감일에 이를 제출한 업체는 대여섯 곳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협회 관계자는 "이는 소수의 실적을 갖춘 업체와 이들과 유대가 있는 지역 특정기업만을 위한 특혜성 입찰이다. 기술원이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해 반겼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지역 업체 대표가 많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특정공법만의 실적을 과다 인정해 공사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특혜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부산대 토목공학과의 한 교수는 "업체를 제한하려면 전체 연약지반 보강공사 실적을 어느 정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정공법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제한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어 잘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관계자는 "지역을 제한한다면 본원이 소재한 경기도로 한정해야 하기 때문에 부산지역 업체를 고려해 의무공동도급을 채택했다"며 "공사 예산과 특수성을 감안해 설계 당시 모래말뚝다짐공법을 채택했고, 공사현장 주변 부지도 이미 이 공법으로 공사를 완료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