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의 회삿돈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현금 56억 원을 지난달 7일 자신의 지인에게 도난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8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에 따르면 당시 김 회장은 충남 아산의 한 별장에서 자신의 승합차에 보관돼 있던 현금 56억 원을 50년 지기 친구인 별장 관리인에게 도난 당했지만, 자신의 고향 후배를 시켜 3500만 원만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과 충남 아산경찰서는 김 회장이 대리 축소 신고를 한 점으로 미뤄 도난을 당한 56억 원이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진위 파악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법 이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결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김 회장이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해 검찰이 제출한 서류 등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했다. 앞서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회삿돈 203억 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해경에 붙잡힌 김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김 회장의 혐의는 '불법 비리 백화점'이다. 합수단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시가 270억 원 상당의 회사 주식 20만 주를 지난달 빼돌린 뒤 이를 사채업자에게 넘겨 수수료 80억 원을 제외하고 190억 원을 현금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또 다른 사람 명의로 1500억 원을 대출 받아 충남 아산에 골프장을 만든 뒤 차명 보유한 것으로 검찰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 회장이 15명의 차명으로 1500억 원 정도의 대출을 받아갔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더 정확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회장은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양도하는 방법 등으로 약 70억 원의 재산을 숨기려 한 혐의도 받고 있으며, 공금 200억 원을 해외로 빼돌려 필리핀에 카지노호텔을 지으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합수단은 김 회장의 불법대출과 횡령 액수를 모두 합하면 최대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서울 솔로몬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진행한 전날 압수수색에 이어 이날 미래저축은행 제주 본사 등 총 10여 곳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합수단은 이날 해당 저축은행에서 중앙서버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으며 김 회장의 업무용 차량에 대해서도 수색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