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점·주유소 매수자로 참여, 공급·판매가 투명성 확보 기대
- 정유·수입사 적극 참여가 관건, 저장탱크 필요…개인은 제한
증권을 사고파는 거래소에서 석유 현물을 사고파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이 시장이 개설되면 석유값 인하는 물론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등 기대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참여가 불가능한 데다 정유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거래가 충분하게 이뤄질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세계 최초로 개설되는 석유현물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석유 가격 인하 효과에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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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석유시장팀 박찬수 팀장은 "석유 현물 거래가 처음이라 여러 나라의 거래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현물거래시스템을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 현물 거래가 활성화하면 석유 가격이 인하될 수 있고 공급가격은 물론 판매가격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현재 정유사의 독점적 공급 체계에서는 석유 가격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격 투명성이 전제가 된다면 미래 석유 가격을 두고 사고파는 선물(先物) 시장까지 운영될 수 있어 파생상품 중심지인 부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물 시장은 저장탱크가 필요한 만큼 개인의 참여가 어렵지만 향후 선물 거래가 도입되면 개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금과 돈육에 이어 석유 선물 시장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파생 상품 시장이 다양화할 수 있고 사업자들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 경제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거래소는 우선 휘발유와 경유를 대상으로 석유 현물 시장을 운영하고 등유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래 단위는 2만ℓ이며 호가 단위는 ℓ당 0.5원이다. 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열린다. 가격은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호가에 따른 공급자와 수요자의 자유 경쟁으로 결정된다. 증권사와 같은 중개인은 없지만 결제 과정에 거래소가 개입해 결제 안정성을 높인다. 거래되는 종목이 현물인 만큼 거래가 체결되면 늦어도 다음날 자정까지는 석유제품이 각 주유소로 배송된다.
■공급자 참여·유동성 확보 과제
한국거래소가 사상 처음으로 석유 현물을 거래하는 만큼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매도자인 정유사와 수입사의 참여를 끌어들여야 한다. '가격 결정권'이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공급자들을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소는 우선 공급가액의 0.3%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간 유통상 없이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거래함으로써 중개수수료 등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정유사와 수입사들은 기존 석유제품 판매업무의 절차 변동이나 추가 시스템 개발 없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박 팀장은 "공급자인 정유업체들의 경우 기존에 거래하던 주유소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현물거래 시장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석유 현물시장에 대해 초기에는 석유 정제업자와 수입업자, 50개 정도의 대리점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는 전국 1만3000개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3000∼4000개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