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신용 낮아 부실 우려

카드사와 할부금융사의 대출이 빠른 규모로 늘고 있어 가계대출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년 3분기 말 여신금융업(신용카드회사, 할부금융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38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3년 3분기 39조4000억 원의 잔액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이들 여신금융업의 가계대출은 2005년 23조 원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불과 6년 만에 다시 카드 사태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 여신금융업계의 전년 동기 대비 가계대출은 1분기 13.9%, 2분기 14.3%, 3분기 10.0% 등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6%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대출 잔액은 4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 여신금융업계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부실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카드대출 연체율은 2.1%로 지난 2010년 말 1.3%에서 0.8%포인트나 상승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연체율은 1.8%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연체율이 더 높아진 상태다. 카드대출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는 것은 자산 부실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금융업계는 올해 경기 부진이 심해지면 카드대출 부실화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드대출 주이용 고객은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워 고금리를 주고라도 돈을 빌리려는 신용등급 중하위권 서민이 대부분이며 두 건 이상의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경기가 더 악화되면 서민층의 빚 갚기가 더 힘들어지면서 카드대출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카드대출의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

카드대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신용카드 총 사용액도 540조 원 규모로 카드대란기였던 2002년 619조1580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를 나타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지난해 초부터 신용카드 억제책을 폈는데도 2010년에 비해 무려 50조 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월별 사용액은 1월 44조3480억 원에서 5월 47조2260억 원까지 많아졌다가 6월에는 44조3830억 원까지 떨어졌다.

당국이 카드억제책을 더욱 강하게 시행한 지난해 8월 이후 월별 사용액은 45조~46조 원대로 오히려 많아져 당국의 억제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