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도 평균 0.9~1.5% 오를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12·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처로 '공동주택 분양 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6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주택사업자의 택지 실매입가 인정 범위가 확대된다. 공공택지 매입비를 선납한 경우 택지비에 가산해 주는 이자 금리는 높아지고 가산 기간도 늘어난다. 지금까지 건설사들이 인정받은 이자 금리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와 평균 기업대출금리를 가중평균해 산정했다. 앞으로는 이자가 더 높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리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가중평균한다.

또 분양가에서 택지매입비 비중이 40%를 넘을 경우 이자 가산 기간도 입주자 모집 공고일 이후 6~12개월에서 14개월로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분양가가 0.9~1.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의 실매입가 인정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는 경·공매 낙찰가나 공공기관의 판매 가격만 인정됐으나 앞으로는 법인장부에 기록된 가격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토지 매입가를 실제 토지 거래 가격보다 부풀려 계약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국토부는 또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플러스옵션에 붙박이장을 추가해 입주 예정자가 원하면 건설사가 제시한 금액으로 별도 계약을 맺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 공시 항목도 현행 61개에서 12개로 줄고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용을 건축비 가산항목에 추가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부동산 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우회적으로 무력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현실화함으로써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아파트 분양 가격은 다소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