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에너지 절약만 강조
- 기업 "과태료 감수 조업" 반기

겨울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책 없는 전력당국의 행태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전력난을 이유로 전기요금은 한 해 두 차례나 인상해 놓고도 잇단 전력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민간의 절전 노력만 강조하다 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전력당국은 수요 예측 실패로 사상 초유의 전국적 정전을 초래한 '9·15 대정전' 사태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지난 13일 울진 원전에 이어 15일 고리 원전까지 멈춰서는 등 최근 시설 관리소홀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6일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는 용연변전소 설비 고장으로 정전사고가 발생, 업체들이 최대 1000억 원(울산시 추정)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정이나 산업체 등 민간에는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지나치게 규제와 단속 위주로 일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식경제부는 올겨울 전력 수급 대책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에너지 사용 제한 조치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전력 1000㎾ 이상 사용 산업체를 대상으로 피크시간대 전년대비 10% 감축을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어 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지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피크시간대 난방 중지, 조명 끄기 등을 실시했지만 10% 감축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는데 이는 위반 시 과태료보다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액이 훨씬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하루 최고 300만 원으로 계산해 제한조치 시행일수 77일 동안 최대 2억3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차라리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6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창원지역 수출기업 간담회 자리에서도 정부의 의무 절전에 대한 업체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참석 업체 대표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먼저 절전에 앞장서야 한다", "갑작스러운 절전 조치는 공장을 세우라는 것과 같다", "의무 절전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부산지역 냉동창고업계는 정부에 업종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에너지 사용 규제 정책의 부당성을 호소한 뒤 사용제한 대상에서 제외해 달하는 건의문을 제출하고 이 같은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냉동창고 동결 작업 중단 등 집단 행동을 하겠다는 방침(본지 지난 16일 자 12면 보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18일 "10% 감축 의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업종별 상황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