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보증금·자동차·보험금 등 주택 이외 담보대출 크게 늘어
- "은행권 비해 부실 우려 높아"

가계 빚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제2금융권 대출 비중이 늘고 보험금·전세보증금 등을 담보로 대출받는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은행을 제외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총391조2926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840조9231억 원의 46.5%에 달했다.

5년 전인 2006년 말 제2 금융권의 가계대출 비중이 39.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5년간 은행권 대출은 346조2000억 원에서 449조6000억 원으로 103조 원가량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제2금융권 대출은 163조 원 늘어 증가율이 1.6배에 달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 쏠림 현상은 더 심해졌다. 보험사 대출은 4조 원가량 늘었으며 카드사, 할부금융사 등의 대출도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증권사, 대부업체 등이 포함된 기타 금융사의 대출도 3조7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전세보증금, 자동차, 보험금 등을 담보로 한 대출도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의 전세보증금 대출 잔액은 지난 1월 말 800억 원에서 10월 말 현재 1670억 원으로 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도 296억 원에서 597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3분기 보험사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3조 원 증가한 72조4000억 원으로 2003년 1분기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보험사 대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보험료를 담보로 한 약관대출인 것으로 추산됐다.

중고차 담보 대출 상품인 아주캐피탈의 '오토담보론'은 지난 9월 말 현재 190억 원의 대출 잔액을 기록했고, 현대캐피탈은 지난 9일 관련 상품을 출시한 뒤 하루 평균 1억 원 규모의 대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좀처럼 손대지 않는 보험금, 전세보증금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대출길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한은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2000만 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반 새 49% 증가해 85조 원에 이르는 등 가계 빚의 위험요인이 증폭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제2금융권 대출의 급증은 다중채무자나 취약계층의 대출이 크게 늘었음을 의미한다"면서 "은행권에 비해 대출금리도 높고 연체자도 많아 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