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들의 싸움은 체급 구분이 없었다. 그러나 체구가 작은 검투사가 헤비급에 해당하는 검투사를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열심히 훈련을 한 것도 우승의 원동력이었겠지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 주요인이었다. 무기를 이용, 단숨에 거구를 제압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격투기 경기에는 체급이 나뉘어져 있다. 맨주먹으로 싸우는 경기에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골리앗이 백전백승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품목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는 것은 맨주먹으로 싸우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설령 다윗이 5개의 돌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 돌이 대기업의 이마에까지 날아갈 리 만무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9월 27일 1차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16개 품목을 발표했다. 세탁비누는 사업 철수를, 골판지 상자 및 플라스틱·프레스 금형은 대기업의 진입 자제를, 고추장과 간장 같은 장류와 순대 및 막걸리 등은 사업 축소를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공정거래법상 자산 규모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계열사를 대기업 기준으로 제시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2차 지정 대상 29개 품목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계속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중소기업은 선정 작업이 늦어진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두부 같은 품목은 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되자 자기들끼리 의견이 대립되는 양상이다. 적합품목 선정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추구한다는 취지는 사라지고 상호 불신만 깊어지고 있다.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이 폐지된 이후 중소기업들의 시장이 대기업에 잠식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막강한 마케팅 능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은 손쉽게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대기업의 역할과 기능을 볼 때 세계 유수 기업과 맞서 기술·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을 지향하는 전략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중소기업들도 인위적인 보호막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싸울게 아니라 서로 협력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원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란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