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시를 탈 일이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 요금을 내기 위해 상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고 하자 기사가 "저는 점심값은 무조건 현금으로 냅니다"라고 말했다. 카드 결제보다는 가급적이면 현금을 달라는 의미였다. '밥 한 그릇 팔아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있나요'라는 말을 남기며 떠난 기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카드 수수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전국 음식점 사장들이 서울에 모여 신용카드를 잘라 대형 솥단지에 던져 넣는 '솥단지 시위'를 벌이며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집회를 열었다. '카드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하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주유소, 슈퍼마켓, 미용업 등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카드 수수료율이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신금융협회 가맹점 235만 개 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2.1% 정도이다. 또 우리나라는 45개 업종에 따라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업종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진다.
또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하는 자영업자들은 슬그머니 수수료율을 낮춰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가만히 있으면 손해를 보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종 프랜차이즈업체이면서 매출액도 비슷한데 수수료가 1%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으니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신용카드사들이 중소 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1억2000만 원에서 2억 원까지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1.8%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외국 사례처럼 업종 구분을 단순화하고 가맹점주가 카드사별 수수료율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니 이 부분에 주목해본다.
카드 결제가 정착되면 투명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고 탈세를 방지해 세원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이 카드 결제를 꺼린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접고 집회에 참가하는 일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 빨리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소상공인들은 지역 경제의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