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경영자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감독 선진화 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카드사 - 與 수수료 일괄인하 요구에 "反시장 포퓰리즘 전형" 반발

● 유흥·귀금속업체 - "우리도 수수료 낮춰 달라" 내달 대규모 공동시위 예고

● 권혁세·은행 - "금융사 공익성 필요" 강조, 은행들 "적극 검토하겠다"

신용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율 차등 부과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려는 여당의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 60만 명에 달하는 유흥업 종사자들이 다음 달 대규모 집회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은행들의 수수료 감면 방안은 이르면 다음 주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카드사 "추가 인하 여력없다"

1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롯데·비씨·삼성·현대·KB국민·하나SK카드 등은 한나라당의 카드 수수료 일괄 인하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들 카드사는 중소 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올해 순익이 2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모든 업종에 대해 수수료율을 같게 매기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7조1949억 원이며 이 가운데 가맹점 관리비, 결제망 비용 등을 제외하면 1조 원 미만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업중앙회 등이 요구하는 1.5%의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적용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없어 수수료 장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여신금융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발의한 법안처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등 부과하지 않을 경우 현재 모든 업종의 평균 수수료율이 2.07%라서 오히려 1% 중후반대를 적용받는 중소·영세 가맹점들이 역차별을 받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기업의 경영 활동에 정부와 여당이 나서 가격 결정 구조를 강제한다는 것이 반시장 논리며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불만도 크다.

■유흥·귀금속업체도 인하 요구

음식업중앙회와 주유소협회에 이어 유흥업 및 귀금속업체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지난 17일 중소 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 원 미만으로 하고 수수료율을 1.80% 이하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나, 적용 대상에서 유흥 및 사치업종은 제외됐다. 카드사들은 이들 업종에 대해 이용료와 봉사료까지 합친 비용에 4.5%의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

유흥업계는 다음 달 20일께 대규모 공동 시위를 통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강력하게 촉구하기로 했다. 유흥음식점업중앙회 소속 회원사는 2만5000개이며 종사자는 60만 명 정도다. 이번 공동 시위에는 학원, 음식업, 숙박업, 부동산중개업 등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원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일부 은행은 반발 움직임

이날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이 수수료와 금리에서 서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이코노미스트클럽 경영자 조찬 간담회에서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 수수료나 금리 책정 때 과도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는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과 은행들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대학생, 차상위계층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나 창구를 통해 인출·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날 오전 금감원에서 열린 실무회의에서 권 원장의 이 같은 주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폭과 감면 대상은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은행연합회를 통해 확정·발표된다.

그러나 일부에서 반발 움직임도 감지됐다. 은행들은 수수료로 떼돈을 벌었다는 비난 여론에 대해 업계 실상과는 차이가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