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상황을 보고 있으면 신빙성 있는 자료를 근거로 한 전망마저 성가신 형국이다. 이름난 기관과 전문가들이 매일, 아니 시간 단위로 내놓는 발표나 말은 이제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 말이 그 말 같고, 오늘은 어제와 180도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 오히려 혼란만 더해지고 있다.
S&P사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며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던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요즘 더 바빠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가 일파만파로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권이 보수적으로 대출 자금을 운영하면서 중소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 원청회사들은 위기 극복 차원에서 발주량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중소기업 사장님들은 원청회사와 은행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업 경영에 매진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8월 말 5개 시중은행 중소기업 원화대출 잔액은 223조4000여 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5000억 원가량 감소했다. 환율에 민감한 철강, 석유화학 등 업종에서는 원가 부담을 고려한 대기업들이 감산을 계획한다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다.
매운 겨자는 먹는 데 한계가 있다. 아무리 눈물을 참아가며 억지로 먹더라도 어느 정도가 지나면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금껏 참아 온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더 참아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다 보니 은행은 대출을 더 옥죌 것이고 원청회사는 일감을 더 줄일 가능성이 높다.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경영 악화, 폐업, 도산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소기업이 울지 않을 때 떡 하나 더 먹으라고 권유했던 은행권이 갑자기 먹고 있던 떡을 뺏거나 주지 않으려하니 기업은 좌불안석이다. 그것도 울고 있는데 당하니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다. 물론 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권도 자산건전성을 높이려 이 같은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가혹한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있어 기업, 금융권, 정책당국이 좀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주요 고객인 기업의 도산은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예고 없는 대출 중단이나 만기 연장 제한 등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담보 물건 부족으로 인해 흑자도산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기업들도 채무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또 정책당국은 올바른 판단 하에 위기 극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떡을 주면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 궁금하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