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은행 8곳에 대한 무디스 등급 강등 소식이 막판 급락 불러 1700선 붕괴
- 정부 개입에 환율 내렸지만 유럽계 자금 이탈 지속에 당분간 상승 압력 이어질 듯
- 은행에 충분한 유동성 공급, 안정기금 유연성 강화 등 G20 국가들 국제공조 합의
"차라리 정전이라도 됐으면…."
23일 주가가 폭락하자 정전으로 주식거래가 멈추는 대형 사고를 바랄 정도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바닥이 없다"는 체념부터 "심리적으로는 코스피지수 1500선이 붕괴됐다"는 절규까지 곳곳에서 아우성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3.11포인트의 하루 낙폭은 리먼사태가 터졌던 2008년 10월 16일(126.5포인트)과 그해 10월 24일(110.96〃),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이 확산된 2007년 8월 16일(125.91〃), 세계 경제의 저성장 공포가 엄습한 지난달 19일(115.70〃) 이후 역대 다섯 번째기록이다.
■예고된 검은 금요일
'검은 금요일'은 장 시작 전에 이미 예고됐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중국의 경제지표마저 부실해 간밤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가 폭락한 것이다.
이날 3.56% 내린 1736.38로 개장한 증시는 오후 들어 한때 낙폭을 줄이는 듯했지만 장 막판에 다시 맥없이 무너졌다. 장 종료를 10분 앞둔 동시호가 직전에 바닥이라고 믿었던 17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전날 하락분을 포함하면 이틀간 150포인트 이상 빠졌다. 프랑스 주요은행에서 큰 손들이 빠져나가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그리스 은행 8곳의 장기 신용등급을 두 단계씩 강등했다는 소식이 폭락을 부채질했다.
이날 유럽 증시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베어마켓)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5월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10조 달러가 증발해 2년 만에 완연한 베어마켓에 접어들었다"며 "현재 주식이 싸 보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누구도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 요동…달러당 1200원선 위협
 |
|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23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관계자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3.8원 내린 1166.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종가가 1112.5원이었던 것에 비춰 보면 닷새 동안 7% 넘게 뛰어오른 것이다. 한 외환딜러는 "정부 개입에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역외 달러 매수세가 강해 환율 상승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며 "아직 시장은 환율 상승 쪽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유럽계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6조 원 넘게 원화를 달러로 바꿔나갔다.
채권시장에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자금이 몰렸다.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하락한 3.45%에,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떨어진 3.56%에 각각 고시됐다.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린 3.76%, 20년물 금리는 0.04%포인트 떨어진 3.88%에 각각 마감했다.
■G20, 세계 재정위기에 공조 추진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이 글로벌 재정 위기에 맞서 은행시스템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는 등 국제공조에 합의했다. 이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은 은행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기로 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지역) 국가는 10월 파리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때까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의 운용상 유연성을 강화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G20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뮈니케(성명서)를 채택했다.
박재완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G20 재무장관들은 재정 위기가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노력해서 풀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하는 G20에서 단호하고 신속한 행동을 하자고 밝힌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