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회계학에서 '자산'이란 부채와 자본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굳이 회계학에서 자산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사람들, 대마불사(大馬不死·대마는 쉽게 죽지 아니하고 살 길이 생김)가 적용되는 기업대출을 보면 '빚도 재산이다'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은 은행 대출금을 갚고 남음이 있고, 기업은 이윤을 남겨야 빚이 재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이나 기업 빚은 더 늘게 되고, 이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결국 가계의 몰락과 기업 도산으로 이어진다.
얼마전 '은행 대출 중단'이란 소동이 났던 것은 가계부채 규모 급증에 대한 금융당국의 궁여지책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빚'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8만6256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이는 1분기 대비 가계신용(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진 빚)이 19조 원가량 늘면서 가계신용잔액이 876조3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가계대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또 금융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주식과 땅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도 가계대출 증가의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은행은 수익을 내기 위해 담보 안전성을 따져보지 않고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늘렸다. 이런 와중에 각종 돌발 경제 변수가 생기면서 빚은 더이상 예전처럼 재산의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 경험과 정부 보증이라는 방어막에 기댄 채 안이하게 대응한 은행이나, 언젠가는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상환능력을 넘어선 무분별한 대출을 받은 가계 역시 부채 증가의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어쨌든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일정 규모 이상 대출에 대한 추가준비금 적립, 예대율 관리 강화, 거치식 대출상품 만기 연장 제한 등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나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합리적인 선택을 해 온 가계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꼭 필요한 만큼 빚을 쓰고 이를 변제할 능력이 있는 가계나 빚을 재산처럼 활용할 수 능력이 충분한 가계들이 피해를 본다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지는지, 2008년 리먼쇼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