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머리를 빌어 사는 범인인 필자는 경제학을 30년 가까이 공부했지만 가끔 스스로 부끄러울 정도로 '경제학'이란 학문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애써 선배 학자들이 깊이 있고 극도로 정치화된 방법론을 고집한 결과라며 위안을 삼긴 하지만 경제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경제학은, 고급스럽지 못한 표현 같지만 결국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이는 스미스(A.Smith)나 마르크스(K. Marx)와 같은 대가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재들의 범주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경제의 작동 원리나 경제주체로서 행동원칙 같은 기본적인 부문은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고등학생들도 과연 이 학문을 어렵게 느낄까. 처음에는 호기심이 발동해 영어 단어를 술술 외우는 것처럼 경제 과목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능 점수를 간과할 수 없다보니 재미나 호기심만으로 공부하기엔 제약이 많다. 그래서 당장 수능시험 응시자 중에서 경제를 선택과목으로 정하는 수험생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교과과정 개정이 확정되면 고등학생 10명 중 9명이 경제를 한 번도 접하지 못하고 졸업을 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에 교양과목 수준에서라도 경제학을 수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경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점차 제한된다면 젊은층의 경제적 마인드 형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경제 관련 정보나 지식에 접근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만들어 합리적인 경제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들이 결국 미래에 기업가, 경제정책 입안자, 근로자 등과 같은 경제주체가 되는 것이 분명한 일인데 어릴 때부터 경제에 대한 관념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같은 우려는 단순한 기우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경제'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설령 수능 과목에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내신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이해는 물론 책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 경제에 대한 직시력, 분석력 등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기초부터 공부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 교육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 경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기업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