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새 등산화를 사러 등산용품 매장에 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우선 등산화가 너무 다양해졌다는 점에 놀랐다. 디자인이나 기능을 비교해보니 지금까지 신고 다녔던 등산화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신어보니 너무 가볍고 발이 편안했다. 상당히 비쌌지만 선뜻 구입할 마음이 생겼다. 특히 부산 업체의 제품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1970년대만 해도 부산은 신발산업의 메카였다. 그러나 국내 인건비가 상승하자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에 의존하던 다국적기업은 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다. 기술 개발이나 수출에 무신경했던 국내 기업들은 급속히 경쟁력을 잃었다. 신발 관련 소재나 부품에 특화돼 있던 지역 업체도 해외로 옮겨감에 따라 부산은 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다.
신발은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1950년대 일본을 거쳐 1970년대 우리나라, 그리고 1990년대에는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지금처럼 신발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여행 레저 스포츠 등과 같은 여가생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발산업은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변화했다. 학생들이 유명 메이커 신발, 고가의 아웃도어 신발, IT 기술과 결합된 첨단 신발 등을 앞다퉈 구입하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세계 신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이키를 보면 지금이라도 부산이 신발산업의 부흥을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키는 본사에만 200여 명의 연구 및 디자인 인력을 보유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자랑한다.
부산 신발산업 부흥에 필요한 구체적 방법은 당연히 고부가가치화로 귀결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최근 나온 신발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부산 신발산업은 타 지역에 비해 사업체 수, 종사자 수, 매출 등의 비중이 높지만 부가가치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가가치가 낮은 부분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도 디자인과 첨단 기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고부가가치화가 가능하다. 자체 역량이 부족하다면 신발산업진흥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신발과 IT기술의 융·복합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된다. 이는 고기능성 신발을 개발해 강소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기업 차원의 노력에 지방자치단체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신고 기뻐했던 것처럼, 'Made in Busan'의 멋진 디자인에 최첨단 기능을 갖춘 고가의 신발을 신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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