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항에 대한 첫 준설사업이 위판 활동 위축을 우려한 수산업계의 대책 마련 요구로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사업시행자인 해양환경관리공단 측이 준설공사에 앞서 남항 일대에 실시한 오염도 조사 모습. 해양환경관리공단 제공

전국 연근해 수산물의 30%가 모이는 부산 남항 일원에 처음으로 추진 중인 준설 작업이 수산업 활동의 차질을 우려하는 수산업계의 생계 마련대책 요구로 차질이 우려된다.

11일 부산시와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남항 일대의 해양환경 개선을 위해 해저에 쌓인 오염 퇴적물을 제거하는 전면적인 준설 사업을 지난달 착수했으나 수산업계가 어업활동 등에 영향을 준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해 공사가 일시 중지되는 등 1차년도부터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토부는 남항 준설 사업을 위해 국비 285억 원을 투입, 지난달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할 방침이었으며 20억 원이 투입되는 1차년도 준설 사업 수역은 부산 서구 남부민동 방파제 일원이다.

논란은 부산항운노조가 준설 작업이 성수기인 12월에 시행되면 남부민동 방파제에 위판되는 채낚기어선들의 활오징어와 대형트롤어선들의 오징어 하역 작업이 영향을 받아 노임 손실 등 생계에 타격을 입는다며 보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해양환경관리공단은 "해양환경 개선 사업에 보상한 선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항운노조는 성수기가 지난 3월 이후 준설 사업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 같은 항운노조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사업 착수를 3월 중순 이후로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됐다.

하지만 3월 중순 이후 사업 착수도 불투명하다. 당장 1차년도 사업 수역 인근인 부산공동어시장에 수산물을 위판하는 대형선망수협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 등 어업인들이 준설 과정에서 오염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설치하는 오탁방지막의 지름이 30ｍ에 달해 정상적인 수산물 위판 작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현재 사업 수역이 너무 넓어 준설 수역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기선저인망수협 관계자도 "부산공동어시장 위판 선석 안으로 준설 사업이 확대되는 2차년도 사업과 트롤어선들이 집단적으로 계류하는 자갈치시장 인근 3차년도 준설 사업이 본격화되면 계류장 확보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수산업계 관계자와 지난달 말 남항 준설 사업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남항 준설 사업은 남항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지만 부산공동어시장과 자갈치시장을 이용하는 어업인과 수산업계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합리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