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폭락했다. 미국발 신용경색과 인플레이션, 정부의 환율 개입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등이 겹치면서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이날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자 객장을 지키던 주식 투자자들은 "도대체 바닥이 어디냐"며 허탈해 했고, 전문가들조차 바닥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8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6.25포인트(2.93%) 내린 1533.47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월 17일 종가 기준 최저치(1574.44)는 물론 장중 최저치(1537.53)보다도 낮은 것이다. 시가총액은 779조 원대로 밀려 800조 원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한때 장중 70포인트 하락한 1509선까지 떨어져 1500선 붕괴 우려도 나왔지만 막판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18.25포인트(3.42%) 내린 515.92로 마감,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주가는 외국인과 개인들의 동반 매도세로 급락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이날 2492억 원을 순매도, 지난달 9일 이후 무려 22일간 6조36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의 투매는 정부의 환율 개입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손절매와 향후 수출기업 실적 악화 우려가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투자가들이 유일하게 3239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를 견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든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지만 은행(6.04%)과 건설(5.97%)이 특히 많이 빠졌다. 시가총액 50위권 내 종목 가운데 KTF와 두산인프라코어 삼성SDI 등 단 3개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이 내렸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이젠 시세판 보기가 두렵다"면서 고개를 떨궜고, 증권사 직원들은 "고객들의 전화 받기가 겁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가에 비해 이른바 '개미'들이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이젠 투자 종목을 추천하기도 겁이 나 고객들이 찾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지수는 2000년 이후 가장 길고 험한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락추세가 커진 이후 '과매도'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해 당분간 약세 장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20원 떨어진 1032.70원으로 마감했다. 정부와 한은이 공조를 발표한 지난 7일 하락분까지 포함하면 이틀 새 17.70원이 떨어졌다.
이날 정부와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대규모 개입에 나서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금융시장에 강력하게 알렸다. 달러 매도 규모는 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상승 기대심리가 해소될 때까지 강력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