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면적으론 해양거점vs자생 담론
- 朴 “보좌관” “증거” 상대 의혹 들춰
- 田 “사모님” 가족특혜 프레임 맞불
- ‘수사’ ‘책임’ 등 방어 흔적도 뚜렷
국제신문은 6·3 부산시장 선거에서 거대 양당 후보의 선거 전략을 엿보기 위해 1~3차 토론회(부산MBC, 국제신문, KNN)의 후보별 발언을 데이터마이닝 기법(분석 툴은 wordclouds.com)으로 25일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쏟아낸 방대한 발언 데이터를 단어별 분석뿐만 아니라 유사한 ‘의미군’으로 묶어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표면적으로는 ‘해양 거점 집적화’와 ‘자생적 산업 생태계’라는 거시적 담론이 충돌했지만, 그 이면에는 역대 부산선거를 통틀어 가장 노골적이고 예리한 고유명사들이 난무한 ‘네거티브 팩트 폭격’도 있었다.
■경제 해법의 차이
먼저 전재수 후보의 정책 발언을 연관어로 묶어보면, 전 후보의 캠페인 목표는 ‘중앙 해운·해양 권력의 부산 완전 이전’이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 후보는 전체 1위 키워드인 ‘이전(46회)’을 중심으로 ‘해양수도(31회)’라는 거시적 목표를 제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타깃들이다. ‘해양수산부(37회)’를 비롯해 ‘HMM(21회)’, ‘본사(19회)’, ‘SK해운(15회)’, ‘에이치라인해운(11회)’, ‘해운(13회)’과 같은 특정 정부기관, 대기업 실명과 연관 단어를 도합 140회 이상 쏟아냈다.
이는 부산 경제 침체의 해법을 중앙의 거대 해양 자본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리는 ‘하드웨어 수혈’에서부터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결국 전 후보가 ‘일자리(38회)’, ‘청년(28회)’, ‘매출(18회)’, ‘효과(17회)’를 외친 밑바탕에는 해양 관련 기관과 기업 본사를 이전해야만 실질적인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전 후보가 이들을 강조한 것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거뒀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도 감지된다. 실제로 전 후보는 ‘장관’이라는 단어도 17회나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현역인 박형준 후보의 텍스트 지도는 ‘거시 경제 생태계 방어’와 ‘입법 현안을 활용한 역공’이라는 두 덩어리로 구성됐다. 박 후보는 전체 1위 키워드인 ‘일자리(40회)’를 필두로 ‘투자(32회)’, ‘데이터(20회)’, ‘창업(16회)’, ‘반도체(13회)’, ‘고용률(8회)’ 등 자생적 산업 생태계를 강조한 단어를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특정 기업 유치를 약속한 도전자에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현직으로서 이미 부산 전반의 펀더멘털과 첨단 체질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근거를 데이터로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박 후보는 ‘산업은행(38회)’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어 전 후보를 공격했다. 박 후보는 ‘민주당(16회)’과 ‘반대(9회)’, ‘특별법(15회)’이라는 단어를 촘촘히 엮어 “산업은행 이전 고시까지 끌어냈지만 야당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거센 책임론을 폈다. 전 후보가 내세운 ‘동남투자공사(15회)’ 공약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지역 민심을 자극해 여당 심판론에 불을 붙이려는 프레임 전술로 보인다.
■양측 네거티브 해부
이 같은 정책 공방은 상대방의 치부를 들추는 네거티브 공세에 묻혔다. 원본 데이터에 남겨진 네거티브 관련 형태소들은 양측이 얼마나 집요하게 서로의 약점을 후벼 팠는지 그 생생한 논리 구조를 보여준다.
먼저 박형준 후보는 전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했다. 박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는 명품 브랜드 고유명사인 ‘까르띠에(시계 포함·22회)’에 화력을 집중하며 이뤄졌다. 정책 토론회에서 특정 명품 브랜드가 22회나 발화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박 후보는 까르띠에라는 단일 단어에만 기대지 않고, 전 후보를 코너로 몰기 위해 ‘거짓말(6회)’ ‘보좌관(5회)’ ‘증거(5회)’ ‘허위사실(4회)’ ‘인멸(2회)’ 등의 단어를 한 세트로 묶어 터뜨렸다.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유권자들에게 각인하려는 계산된 전술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전 후보는 ‘조현화랑·사모님·아들’을 묶어 ‘가족 특혜 프레임’으로 맞불을 놨다. 사법 리스크 맹폭에 맞선 전 후보의 칼날이 박 후보의 ‘가족 리스크’를 향한 것이다. 전 후보는 단순히 ‘조현화랑(13회)’만 타격한 것이 아니라, ‘사모님(6회)’과 ‘아들(7회)’이라는 인적 고리를 토론장 전면에 지속해서 끌어들였다. 여기에 ‘엘시티(11회)’ ‘시세(11회)’ ‘차익(8회)’ ‘앞마당(2회)’ 등의 단어를 정밀하게 결합했다. ‘사모님’과 ‘아들’이 운영하는 조현화랑 의혹을 엮어 박 후보의 시정을 “패밀리 비즈니스”로 규정하려는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격에 이어 방어의 흔적도 뚜렷했다. 전 후보는 본인의 ‘통일교 의혹’을 해명하고 방어선을 치는 데 ‘수사(20회)’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이어 ‘결과(12회)’ ‘답변(12회)’ ‘정황(3회)’ ‘무혐의(2회)’를 덧붙여 이 사안이 법적으로 종결된 사안임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박 후보도 전 후보의 ‘가족 공세’에 ‘비리(7회)’ ‘책임(7회)’이라는 단어로 맞서며 “문제가 있다면 부산시장 안 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