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이 내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외부 경쟁 세력과의 정책 대결보다 당내 인사들의 동선과 발언을 둘러싼 징계 공방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당의 에너지가 내부로 향해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전 대표의 대구 방문에 동행한 의원들을 겨냥한 윤리위원회 제소와 이를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한 지도부 발언이 공개 충돌로 번지면서다. 여기에 ‘부정선거’ 태스크포스(TF) 구상까지 거론되며 논란은 복합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3일 한 전 대표의 지난달 27일 대구 일정에 동행한 현역 의원 7명과 전직 의원 1명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는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는 긴박한 상황에서 제명된 인사와 정치적 세를 과시했다”며 “당의 기강을 무너뜨린 즉시 제명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제소장에는 지도부와 가까운 원외 당협위원장 10여 명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동행 의원들에 대해 “해당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가 특정 정치적 행보를 윤리 문제로 규정한 셈이어서 파장이 커졌다.
한 전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해당이 아니라 해장(害張) 행위 아니냐”고 되받으며 이번 사안을 특정 지도부의 이해관계와 연결 지었다. 이어 “부당하게 제명됐지만 국민의힘에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상태”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시장에 간 것이 징계 사안이 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편향된 윤리위와 당무감사위가 찍어내기를 반복한다”고 주장하며 당내 징계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의 압박 정치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논란의 또 다른 축은 ‘부정선거 TF’ 구상이다. 장 대표는 최근 이준석 전 대표와 전한길 씨의 부정선거 관련 대담을 본 뒤, 당 차원의 대응 기구 구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이미 사법적 판단과 제도적 결론이 내려진 사안을 다시 정치 의제로 전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전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은 허구”라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의 TF 언급은 당이 해당 담론과 완전히 선을 긋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도 동행 자체를 곧바로 징계 사안으로 보는 데 대해 이견이 적지 않다. 일부 중진 의원들은 “의원은 헌법기관이며 정치 활동은 원칙적으로 자유”라고 강조했고, 소장파 역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징계 논란이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친윤계 일각에서 한 전 대표를 향해 ‘백의종군’을 언급한 발언도 갈등을 키웠다. 이미 제명된 인사를 상대로 당을 위해 헌신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수습보다 대립을 심화시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한 전 대표는 7일 부산 방문을 예고한 상태다. 대구에 이어 부산 일정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동행 여부가 쟁점이 될 경우, 윤리위 제소 논란은 추가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지도부가 ‘부정선거 TF’ 구상을 실제로 공식화할지 여부도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의 전선은 밖이 아니라 안으로 향해 있다. 정책과 비전 경쟁 대신 ‘누가 해당 행위인가’를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면서 내부를 적으로 삼는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리위 판단과 지도부의 대응 수위에 따라 갈등이 수습 국면으로 전환될지, 아니면 추가 충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