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구, 8만 명 남짓 ‘미니 지자체’
- 박빙 승부 땐 당락 뒤집기 충분
- 부산與野, 주민성향 파악 등 분주
일제강점기 부산 동구 해안을 매립해 만든 범일5동 ‘매축지 마을’. 낙후한 원도심 상징이었던 이곳이 내년 지방선거 판세를 뒤흔들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로 마을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진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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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범일5동에 솟아 오른 두산위브더제니스하버시티. 노후 원도심의 상징으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이 일대는 2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서 유권자 표심이 내년 지방선거 동구 지역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르고 있다. 김동하 선임기자 |
1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를 보면 범일5동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8930명이다. 2022년 6월 제8회 지선 때 4266명보다 4664명(109%) 늘었다. 이는 2023년 5월 입주를 시작한 2040가구 규모 ‘두산위브더제니스 하버시티’가 불러온 변화다.
동구에서 4664명이라는 숫자는 엄청난 ‘정치적 가성비’를 지닌다. 투표인 수가 30만 명이 넘는 해운대·부산진구와 달리, 8만 명 남짓한 ‘미니 지자체’ 동구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제8회 지선 이후 동구 전체 인구가 8만8087명에서 8만3894명으로 4200명가량 줄어든 반면 범일5동만 유일하게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범일5동은 인구 유입에 힘입어 동구 전체 유권자의 6%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지분’을 가졌다. 박빙 승부에서 당락을 뒤집기에 충분하다.
제8회 지선 때 동구청장 선거 총투표수는 4만831표였다. 당시 국민의힘 김진홍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최형욱 후보의 표 차이는 8045표. 반대로 2018년 6월 제7회 지선에서 민주당 최 후보가 당선됐을 때는 격차가 2333표로 더 적었다. 따라서 하버시티에 새로 유입된 5000명(유권자 수는 4000명 추산)가량은 지난 두 차례 동구청장 선거 표 차이를 뒤집거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규모다.
특히 하버시티 입주민은 동구가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유권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 아파트 입주가 이뤄진 2023년 2·3분기 동구 유입 인구(8239명) 중 77.7%(6400명)가 다른 구·군이나 시·도에서 옮겨 왔다. 이런 점으로 미뤄 하버시티 입주민 다수는 그동안 선거에서 보여준 ‘동구 표심’과 다소 다른 성향을 지닌 유권자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선거가 박빙으로 흐르면 하버시티 입주민의 선택으로 동구청장 당선인이 바뀌는 ‘매직 넘버’가 만들어진 셈이다. 구청장보다 유권자가 적은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의 영향력은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부산 여야는 하버시티 입주민의 ‘성향’ 파악과 내년 선거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지역구에 범일5동이 포함된 동구의회 국민의힘 허근형 의원은 “하버시티 입주로 30·40대 유권자가 다수 유입돼 지역 정치 성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민원 역시 예전엔 생활 불편 내용이 위주였는데, 요즘은 중학교 배정이나 교통 문제 등이 더 많다”며 “이들을 위한 정책을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김희재 의원은 “하버시티 입주민대표도 1990년대생이다. 예전과 달리 카톡방 같은 비대면 소통이 확실히 늘었다”며 “이념보다는 해양수산부 이전 등 지역 발전과 자산 증식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스윙보터 역할을 할 신규 유권자가 동구의 기존 정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