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핵동결이 현실적”…경계 목소리도

김정은(사진)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대좌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치면서 두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이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할 예정이어서 ‘판문점 회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2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게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해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재 풀기에 집착해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 조치와 경제적 보상을 맞바꾸는 과거 방식의 협상엔 관심이 없음을 확실히 하면서 ‘핵보유국 인정’이 최대 목표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으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내달 말 경주 APEC정상회의 무대에 쏠린다. 김정은 위원장의 APEC 정상회담 참석 가능성은 낮지만 APEC 계기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 등에서의 회동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방한 중 SNS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판문점 번개’를 깜짝 제안했고 이튿날 역사적인 북미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바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한미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한국도 북한과 의미 있는 대화를 위해선 ‘비핵화 목표’에 유연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해법과 관련, ‘북핵 동결’이 “임시적 비상조치”로서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중단)’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과거 협상에서는 북미가 비핵화라는 목표에 합의해놓고도 그 첫 단계인 동결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라는 목표를 놓고 합의도 없이 동결에 나선다는 건 결국 ‘북핵 용인’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이 대화를 미끼로 미국의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게 만든 뒤 핵보유국 입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