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들을 만나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노동자, 서민의 행복 메이커가 되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초청해 “노동 존중 사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상호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충분히 양립할 수 있고, 양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업인한테 가면 친노동이라고 욕 먹고, 노동자들이 보면, 옛날엔 노동자 편이었는데 요즘은 아닌 것 같아 이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며 “제가 편이 어디 있겠느냐. 모두 잘 되게 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등을 터놓고 한 번쯤 논의해야 한다”며 “그 첫 출발이 마주 앉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대화를 해야 만나서 싸우든지 말든지 결론을 내든지 말든지 해야지”라며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 연합뉴스

양경수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는 정부의 입장을 관철하거나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제 기능을 못한 측면이 있다”며 “기후위기, 불평등,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노정교섭을 제안한다”고 했다.

정부의 관세 협상 타결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과 대미투자 강요는 우리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며 “자동차나 조선, 철강과 같은 핵심 산업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국방비나 방위비 인상하면 한정된 재원 속에 복지 예산이 축소될까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정부가 우리 국민과 노동자를 지키는 당당한 외교에 나서기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정년 연장 및 주 4.5일제 도입 논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4.5일제에 대해선 “내년을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적인 첫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감한 주 4.5일제 시범사업 도입이 필요하다. 지불 능력이 부족한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통해 노동시장 단축을 유도하는 것과 함께 병원·은행 등에서 노사 간 자율 협약을 통해 즉시 시행하도록 정부가 독려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양대 노총과 만남을 가진 것은 2020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5년 만이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를 찾아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우려를 듣고 보완 입법 의지를 밝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현재 노봉법은 사실상 폐기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추진할 만큼의 의석 수가 되지 않기에 ‘공정노사법’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고, 파업이 진행되면 대체 노조를 인정해 쟁송이 생기더라도 기업 자체는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그나마 기업이 방어권을 일부라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