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기국회 개회 첫날부터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제안에 따라 대부분 한복을 입고 국회 개회식에 참석했지만 국민의힘은 여권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항의한다는 차원에서 상복 차림으로 맞섰다. 본회의장마저 ‘드레스 코드’로 양분되면서 여야 갈등의 골이 깊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린 1일 국회 본회의장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복을 입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연합뉴스

우 의장은 전날 민주당 백혜련 의원의 제안을 받아 개회식 때 한국 문화에 관심과 애정을 높이기 위해 여야 의원들에게 한복을 입자고 요청했다. 이에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나타난 민주당 의원은 동료의원들과 서로 사진을 찍으며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위성곤 전용기 모경종 의원 등은 한복 차림에 갓까지 쓰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이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도 남색 저고리에 분홍색 바지를 입고 등장했고, 같은 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한복 차림에 동참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정장에 ‘근조의회 민주주의’ 리본을 달고 무거운 표정으로 개회식에 참석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개회식 참석 전 의원총회를 열고 “한 손에는 다수당 권력, 한 손에는 특검의 칼 쥔 이재명 정권에서 ‘독재’는 정치적 레토릭이 아니라 본질인 것 같다”며 “검은 넥타이와 근조 리본을 매고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은 의회 정치를 말살시키는 이재명 정권의 독재에 맞서는 심기일전의 모습”이라고 했다.

원내대표 비서실장인 박수민 의원도 개회식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웃거나 즐길 분위기가 아니다. 근조 리본까지 달고 본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우리의 의사가 잘 전달된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며 “부고를 내주시면 조문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도록 하겠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캐릭터 ‘사자 보이즈’를 언급하며 “차라리 저승사자 복장을 입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기어이 어깃장을 부려 잔칫날을 초상집으로 만들려고 국회 개원식에 상복을 입는다고 한다”며 “국제적 망신은 물론 국익의 해악”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