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 리더십’ 국정전반 확산 의지
- 野 “재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자체장 ‘기강 잡기’를 놓고 정치권과 관가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재해·재난 때마다 지자체 대응이 제대로 됐는지 추궁하면서 질책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통쾌하다는 반응과 함께 지자체장에게 재해·재난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를 현장 점검한 이 대통령의 집요한 질문과 이에 제대로 답변 못하고 쩔쩔 매는 김홍규 강릉시장 간 문답 영상은 연일 정치권의 화제다.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한 이 대통령은 기존 편성 예산 외에 ‘추가로 필요한 원수 확보 예산이 얼마인지’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김 시장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답답하다는 듯 “아까 1000억 원이라 그러더니 지금 500억 원으로 줄었네. 500억 원의 구성 내역이 뭐냐”고 물었다. 보다 못한 김진태 강원지사가 나서 “대통령께서 물어보시는 건 더 필요한 3만5000ｔ에 대한 500억 원 예산에 원수 확보, 정수장 확장 둘 다 들어가느냐고 질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김 시장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시장은 또 “9월엔 비가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하나님만 믿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핀잔을 들었다. 이 대통령의 질문과 김 시장의 답답한 답변이 담긴 영상은 큰 관심을 끌었고, 강릉 시민의 분노가 김 시장으로 향하면서 비판적 댓글이 쇄도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7월 18일 집중호우 대처 상황 점검회의에서는 오산시의 옹벽 붕괴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와 관련, 이권재 오산시장을 향해 “(옹벽이 위태롭다는) 주민의 사전 신고가 있었음에도 도로를 전면 통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며 경위를 따져 물었고, 이 시장이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자 “시장님 말씀 참 이상하게 하시네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인재(人災)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국정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쌓아온 현장 대응형 리더십을 국정 전반에 확산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지자체장을 질타하는 모습이 도드라지면서 결과적으로 재난 책임과 그에 따른 비난이 지자체장에게 향하도록 만든다는 비판도 인다. 당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재난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실이라고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강력하게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지자체장에게 컨트롤타워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고 비난했다.
이 대통령의 지역 순회 타운홀 미팅에서도 이 대통령이 ‘압박 면접’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자체장들의 긴장감이 높다. 취임 후 처음 열린 지난 6월 광주 타운홀 미팅에선 “산단 만들면 기업이 저절로 오냐”고 묻는 등 지자체장들을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해 대통령으로부터 다그침과 질책을 받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의 모습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이후 강 시장은 “무능한 시장으로, 준비 안 된 광주시로 한순간에 낙인찍히고 말았다”며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