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도가 필요한데 자연치유 믿어
- 보수정치 오염시킨 종기 적출할 것”
- 과거 잘못 철저히 반성·평가 강조

국민의힘의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할 혁신위원장에 4선의 안철수 의원이 2일 임명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인 안 의원은 “코마(의식불명) 상태인 국민의힘을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안철수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혁신위원장 인선을 발표하며 “이공계 출신으로 의사, 대학교수, IT기업 CEO(최고경영자)를 두루 경험하신 안 의원은 과감한 당 개혁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며 “구호가 아닌 실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당의 변화를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당내 소신·개혁파로 분류된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전인 여당 시절부터 당 주류였던 친윤(친윤석열)계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두 차례 걸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안 의원은 ‘반대 당론’을 거스르고 모두 찬성표를 던졌고, ‘채상병특검법’ 표결 역시 여당 의원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 이후에도 안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탈당 및 계엄과 탄핵 사태에 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안 의원은 늦어도 오는 7일까지 혁신위를 출범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위원은 7~9명으로 원내·원외 인사, 외부 인사 등을 고르게 구성하기로 했다. 혁신위 가동 기간은 최소 60일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매주 회의를 거쳐 혁신안을 발표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의원은 혁신위 첫 과제로 대선패배 백서 제작을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앞서 SNS를 통해 혁신위원장직을 수락 사실을 밝히며 “메스를 들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가 한 달이 지났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치유를 믿고 있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은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할 것”이라며 “보수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 국민과 다시 호흡하는 정당, 정상 정당의 처방전을 만들겠다”고 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이날 안 의원 요구대로 12·3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사과의 뜻도 밝혔다. 그는 “작년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며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이어 “이러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성찰과 각오를 새기며 다시 시작하겠다”며 “오로지 국민의 뜻을 기준으로, 국민의 마음을 푯대로 삼아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