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호소문을 발표해 논란이 커진 가운데 김 후보가 1일 “계엄과 탄핵으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깊이 반성한다”며 뒤늦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날 경기도 유세에 나선 김 후보는 유권자 앞에서 큰절을 올리며 막판 표심 잡기에 열중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일 경기도 의정부시 태조이성계상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공동취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이날 낮 “계엄이나 탄핵 없이 경제를 살리고 청년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두고 김 후보가 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를 이틀 앞두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과의 지지 의사 표명이 되려 표심에 역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고 ‘선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김 후보는 경기도 유세 현장 곳곳에서 지지자를 향해 큰절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이날 ‘反 이재명’ 정서를 극대화하는데도 주력했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겨냥해 “머슴이 자기 잘난 듯 방탄유리 덮어쓰고, 방탄조끼 입고, 자기 살려고 온갖 방탄 괴물 입법해 총통 독재하려 한다”며 “모레 투표 안 한 분들은 반드시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방탄조끼를 입고 유세 현장을 도는 이 후보를 겨냥한 듯 선거유세복을 풀어헤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선거유세복 안 티셔츠에는 ‘제 딸이 자랑스럽습니다’, ‘정직한 아버지 깨끗한 대통령’이라는 등의 문구가 적혔다. 김 후보는 “본인만이 아니라 아내까지도 법인 카드 때문에 유죄판결 받은 것 아시나. 아들까지도 온갖 도박이다 뭐다 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 아시나”라며 이 후보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아들 불법 도박 논란 등을 거론했다.

설난영 여사와 관련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도 정면 비판했다. 김 후보는 2년 반 감옥살이 할 때 고무신 거꾸로 안 신고 저와 제 아이를 지켜준, 제가 무능해서 우리 집 가장이 돼 살림 꾸린 제 아내가 잘못됐나”라며 “선거 운동하는데 아내가 고등학교 밖에 안 나왔으니 갈아치워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울먹였다. 이어 “대한민국에 학력 차별하고 대학 못 나왔다고 해서 가슴에 못 박는 것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왔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 발언에 따른 표심 이탈을 막기 위한 후속 대응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내 선거 및 공천, 인사 등 주요 당무에 관해 대통령의 개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두고 비상계엄 선포에 반감이 있는 중도층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단절의지를 명확히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