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난’에 시달리던 국민의힘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 황우여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지명했다. 4·10 총선 참패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한지 18일 만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황우여 당 상임고문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다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황 고문에 대해 “3가지 기준을 가지고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했다”라며 “첫째는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 둘째는 당과 정치를 잘 아시는 분, 셋째는 당의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윤 권한대행은 그동안 두달 가량 임기의 비대위원장 후보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앞서 당 최다선인 6선 조경태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윤 권한대형은 “그전에 이미 황 고문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한 상황이었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황 지명자는 판사 출신으로 지난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에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총재가 감사원장으로 있던 시절 감사위원으로 재직한 인연 때문이다. 이후 인천 연수구에서 16~19대 4연속 당선하며 5선을 지냈다.

새롭게 출범하는 ‘황우여 비대위’의 최우선 과제는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6월 전당대회 준비다. 현재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100%’로 규정돼있지만, 당내 낙선자 중심으로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10 총선에서 드러난 정권심판론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당 대표 선출 때도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다.

비대위가 전대룰을 고치려 한다면 친윤(친윤석열)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고, 룰을 고치지 않으면 혁신을 요구했던 수도권 의원과 원외 조직위원장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비대위가 당권을 안정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선 전대 룰을 두고 갈리는 당내 의견 조율이 관건이다.

황 지명자는 이날 당 대표 경선 룰과 관련, “그전에도 우리가 몇 번 룰에 손을 댄 적이 있었는데 그때 굉장히 예민했다”며 “기존 룰을 전제로 하되 수정·보완할 게 있으면 널리 의견을 듣고 나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내달 3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은 막판까지도 눈치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경선을 나흘 앞두고도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등록한 후보는 없다. 이 같은 분위 기 속에 당 내에선 친윤핵심인 이철규 의원대세론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드러낸 의원은 이 의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 주말 지역구에서 당선 축하 행사 등에 다녀온 사진을 게시하며 “많은 분께서 극심한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과 우리 당의 모습에 우려하는 말씀들을 해주셨다”며 “민심의 힘이 균형추가 되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사실상 원내대표에 출마할 결심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