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강 대 강 대치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날 선 대치는 22대 국회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압승 여세를 몰아 채 상병 특검법 등을 매듭짓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미 5월 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고 다음 달 2일과 28일 본회의 개의를 추진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5월 국회 소집은 ‘일방적인 폭거’라며 쟁점 법안 처리 불가로 맞섰다. 여야 원내대표는 29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5월 국회 의사일정 협의에 다시 나설 계획이지만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커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우선 처리하고, 전세사기특별법 처리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표결도 회기 내 관철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민주유공자법, 가맹자 사업법 등도 여당의 불참 속 단독 본회의 직회부하며 5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를 예고한 바 있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5월 임시국회의 개회를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국민의 준엄한 회초리를 맞고도 민의를 거부하겠다는 말이냐”고 여당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5월 국회를 소집하고 본회의 날짜를 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채 상병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은 다음 국회로 넘기고,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고준위방폐물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총선 승리에 도취해 ‘민생부터 챙기라’는 준엄한 국민 목소리를 왜곡하고 정쟁 만들기를 고심하고 있다”고 “민주당이 주장하는 현금 살포, 전세사기특별법, 양곡관리법 등은 모두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강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1대에 이어 22대에서도 ‘소수 여당’이 된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거야’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을 물리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어 대통령 거부권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