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지역구 6석 중 4석을 차지했지만 ‘패배한 선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야권은 선전해 2석을 건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동구에서 사상 처음 당선자를 냈고, 북구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승리했다. 그리고 패배한 중구와 남구갑, 남구을, 울주군에서도 여당 후보에게 모두 10%포인트 내외로 따라붙는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앞으로 이들 지역이 더 이상 보수 텃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1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22대 총선에 당선된 국민의힘 당선인들이 소감과 각오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울주군 서범수, 중구 박성민, 남구을 김기현, 남구갑 김상욱 당선인. 울산시의회 제공

지역 정가에서는 이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젊은 후보들 중심으로 세대교체 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거 이들 지역에서 현 여당이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따돌렸던 점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출정식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지역구 전 석을 석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이 본격화되자 분위기는 차츰 바뀌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당은 민심을 자극할 만한 이렇다 할 이슈나 이벤트를 제시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강렬한 임펙트나 감동이 느껴진 선거를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남구갑 무소속 후보의 출마 철회와 여당후보 지지선언이 약간의 진동을 일으켰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울산 북구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지난 10일 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윤희숙 상임대표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구에서는 진보당 윤종오 후보가 무소속 이상헌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야권 단일후보로 부상하면서 일찌감치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그 결과 19대 총선 승리 이후 3번째 시도한 수복 도전이 끝내 실패했다. 진보당 윤 후보는 국민의힘 박대동 후보를 약 12%포인트 차로 여유롭게 따돌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울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후보가 10일 밤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아내 조희정 씨, 아버지 김영길 씨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구는 노동자가 많은 곳이지만 민주당 강세지역은 아니었다. 민노당이나 민중당 등 극 진보 성향 야당이 성지로 여기는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동구는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김태선 후보가 여당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펼친 끝에 신성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표심도 예전처럼 크게 경직돼 있지 않고 상당히 유연해졌음을 뜻한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 대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구에서는 국민의힘 강세가 확인됐지만, 노동자 표심이 크게 작용하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게다가 보수 강세지역이라도 과거처럼 특정 정당에 일방적으로 표가 집중되지 않고 견제의 논리가 크게 작동했다. 이런 추세로라면 앞으로의 선거는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