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EU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신설하는 한편 그린·보건· 디지털 등 3대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의 EU 연구개발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가입을 위한 협상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한·EU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EU 지도부가 동시 방한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윤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EU 지도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한·EU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해 ▷기후 행동, ▷환경보호, ▷에너지 전환 등 포괄적인 기후·환경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EU 보건 비상 대비 대응에 대한 행정 약정’을 체결해 ▷의료 대응 수단의 연구·혁신·제조와 ▷심각한 초 국경적 보건 위기 대비, ▷백신 접종 및 생산 역량에 대한 제3국 지원 등 보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11월 체결된 ‘한·EU 디지털 파트너십’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제1차 디지털 파트너십 협의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한 한국 외교장관과 EU의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 간‘한·EU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신설, 포괄적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기존의 ‘산업정책대화’(IPD)를 ‘공급망·산업정책대화’(SCIPD)로 확대 개편하고, 첫 회의를 올해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EU 반도체법 관련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언론 발표에서 “경제안보 증진과 회복력 있는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우리는 양자 간 상호호혜적인 경제협력이 반도체 공급망, 디지털, 우주 등 미래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EU가 추진 중인 핵심 원자재법 등 일련의 입법이 양자 경제협력에 제약을 가져오지 않도록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U 지도부는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는 특히 EU 최대 규모 연구 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7년 동안 995억 유로(약 130조 원)가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지난해 2월 가입 의향서를 제출한 뒤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해왔으며, 이날부터 본 협상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오른쪽),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이사회) 상임의장과의 한-EU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