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 주도의 ‘제3자 변제’ 방식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했다. 4여 년 만에 나온 해법이지만, 일본 정부의 사죄와 전범 기업의 배상이 빠지면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브리핑룸에서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게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 재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강제징용 관련 여타 소송이 원고 승소로 확정될 경우, 동 판결금 및 지연이자 역시 원고분들께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재원과 관련해선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고, 향후 제단의 목적사업과 관련한 가용 재원을 더욱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과의 면담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 마련을 위해 한일 외교당국 간 협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유족들을 정부가 단체로 직접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제공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3자 변제는 일본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해 재단이 우선 원고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판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우선 출연하게 된다. 대신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가칭 ‘미래청년기금’을 공동 조성한 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을 위해 양국 청년 교류 증진 등에 쓰일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각각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확정판결을 했다. 당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판결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온 지 4년 4개월 만에 나왔지만,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대리인단,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