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행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파트너’로 규정하며 분명한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진행중인 한일 간 강제징용 협상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3·1운동 정신 훼손”, “대일 굴욕 외교 참사” 등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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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3.3.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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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회 3·1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5분 여간 읽어 내려간 기념사는 1300자 남짓, 이례적으로 짧은 분량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일본을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영역을 포함해 일본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 이것은 104년 전,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외친 그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을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3·1정신에 배치되지 않고, 오히려 3·1 정신을 계승하는 것과 같다는 언급이다.
이날 기념사에선 일본에 대한 사죄나 반성 요구도 없었고, 양국 관계 최대 걸림돌인 강제징용, 위안부 등 구체적인 과거사 현안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의 최종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양국이 막판 속도를 내고 있고, 올 상반기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인 상황을 감안한 것이란 분석이다.
한일 양국은 징용 배상 해법을 놓고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외무성에서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 주말 비공개 방한한 것으로 전해졌다는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도 전날 징용 피해자의 유족 측과 처음으로 단체로 마주 앉아 정부안에 대한 의견을 경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일본이 조선인들을 전쟁터로, 갱도로, 위안소로 강제동원한 건 아직도 펄펄 끓는 아픔이다. 일본이 이 상처를 계속해서 덧내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만 보면 이 상처가 이미 깨끗이 아물어 버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다”는 언급에 대해선 “일본의 침략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듯한 말투로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3·1운동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지만, 역사적 책임과 합당한 법적 배상 없이 (일본과의) 신뢰 구축은 불가능하다며”면서 “과거를 바로 세워야 올바로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3·1운동 정신을 거꾸로 세우고,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는 역대 최악의 대통령 기념사”라고 혹평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일본과 협력 의지를 전면에 부각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 논의가 본격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상반기 윤 대통령의 첫 방일을 통한 한일정상회담 가증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오는 5월 ‘히로시마 G7(주요7개국) 정상회의’보다 앞당겨져 성사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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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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