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발사체 엔진 시험을 한 정황이 최근 포착됐다. 고체연료엔진을 탑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보여주는 징후라 해외 언론과 우리 군 당국의 촉각이 곤두섰다.

31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가 전날 공개한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함경남도 함주군 마군포 엔진시험장의 변화된 모습이 포착됐다.

30일 오전 9시 3분 찍힌 사진 속 시험장 내 시험대 바로 옆 들판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지난 29일 오전 10시53분 촬영된 사진에서 들판이 탄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30일 사진에서는 그을린 흔적이 엔진 시험대 끝부분에서 시작해 기다란 나팔 모양으로 120ｍ가량 뻗어 있었다.

이 흔적을 VOA는 강력한 화염이 분출해 생긴 자국으로 추정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의 데이비드 슈멀러 선임연구원은 VOA와 통화에서 ”북한이 우주개발(위성) 발사 프로그램에 고체연료를 사용한 적은 없어 이번 시험을 미사일 프로그램용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다만, 슈멀러 선임연구원은 “고체연료 기술은 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 양쪽에 활용이 가능하다”면서 ”위성발사용 로켓 추진체 개발이 목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동해안 흥남 바로 옆 마군포는 북한의 주요 고체연료 시험장이 들어서 있는 곳“이라며 ”마군포는 북한 화학공업의 중심지로 로켓용 고체연료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 당국도 마군포 엔진시험장 주변 활동을 예의주시한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추가시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인원 및 차량 등의 움직임에 대해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연합뉴스

이같은 관측이 맞다면 북한은 지난달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한 지 한 달 반 만에 비슷한 시험을 또 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공개한 신년사 성격의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하며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예고했다.

북한은 이미 ICBM 화성-15형과 화성-17형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ICBM 개발이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ICBM 개발을 의미한다고 본다.

고체연료 무기는 연료를 필요할 때 주입하는 대신 발사체에 상시 적재할 수 있어서 단시간에 은밀하게 발사할 수 있는데다 기동력도 높다.

북한이 빠르면 다음 달 신형 고체연료엔진 ICBM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새로 개발한 엔진의 소위, 지상분출시험을 진행한 후 이를 적용한 신형 유도무기를 대략 2∼4개월 전후로 공개하거나 시험 발사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이 논리 대로면 북한의 신형 고체연료엔진 ICBM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상반기 안에 공개 시험 발사될 가능성이 있다.

신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1개당 300∼400㎏ 중량의 전략급 핵탄두(재진입체) 5∼6개 탑재를 목표로 중형 ICBM급 추진체계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