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1호 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대 남성(이대남) 표심을 겨냥한 공약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김 의원은 24일 당 안팎의 비판에도 추진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당내 또다른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민방위 훈련에 대해 남녀를 이렇게 분리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의원의 이번 공약은 안보 공약이 아니라 젠더 공약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회적 안정과 결속 차원에서 모든 국민에게 민방위 이수 교육은 의무화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도 “여성 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위한 법안이란 표현은 정치적 표현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도 아직 이행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진정 표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미 약속한 것들부터 하나라도 지켜내어 이행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진실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도 지난 23일 SNS를 통해 “전쟁국면으로 사회를 이끌려는 윤 정부의 의도를 반영한 위험한 행보”라며 “지지율이 떨어지면 들고나와 반등을 꾀하는 ‘여가부 폐지’의 국방 버전”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예기치 않은 각종 재난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민방위 대상에 여성의 포함 여부는 필요하다면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러나 국민의 안전은 뒤로한 채 전쟁을 부추기고 특정 세대, 특정 성별을 겨냥하는 포퓰리즘적 발상은 참담하다”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2일 여성군사기본훈련 도입을 위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을 설 연휴 직후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23일에는 “여성 민방위 훈련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수 생존교육”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 공약에 대해 “제도를 바꿀 때 반발은 있기 마련이다. 반대 의견이 무서워 제도를 바꾸지 않겠다면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추진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그러면서 “민방위 편입으로 시작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여성과 남성의 병역 의무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연포탕’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