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부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 한국 정부의 대응을 일정 부분 평가하면서도 조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양국이 대사를 ‘맞초치’하는 사태가 불거진 뒤 처음 나온 이란 측 반응이다.

23일(현지시간)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테헤란과 서울에서 우리는 진지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대화에서 한국 정부는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관점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란측은 이날 한국 정부에 동결자금 반환 약속을 이행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칸아니 대변인은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만족하지 못한다”면서 “한국 내 이란 자금은 양국의 다른 현안과 관계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현재 70억 달러가량의 이란 자금이 원화로 동결돼 있다. 미국 정부가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계좌가 동결된 것으로, 이는 이란의 해외 동결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동결 자금 문제는 수년간 한-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국내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여진이 이어졌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4일 ‘KBS라디오에 나와 “(해외에)나갔다 하면 대형 외교참사인데, 이는 참모 리스크”라며 외교라인에 대한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전 장관은 “외교의 영역은 윤 대통령이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이다. ’장병 격려용이었다. 이란과는 상관없다’고 눙치지만 넘어갈 수가 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외교부에 뇌가 없거나 무지한 반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외교를 검찰 수사하듯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는 걸 전제해야 하는 건데 아마 보고서를 제대로 소화 못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특사 파견과 함께 외교부 전면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야권의 문제제기를 “장병 격려 발언을 외교 문제로 비화시키려는 매국적 행태”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당권 주자들도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강조하며 야당을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이번 UAE·스위스 순방에 대해 “이념 버리고 실용외교 새지평을 열었다. 이념에 종속됐던 문재인 정권의 반쪽짜리 외교를 경계한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이라고 규정하며 야당의 문제제기엔 “외교안보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키는 퇴행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전날 “대통령의 외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우리의 국익이지 타국의 반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