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남측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 우리 군이 추적과 격추에 실패하면서 부실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날 북한 무인기가 서울 북부 상공보다 더 남쪽으로 침투해 용산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대낮에 서울 한복판이 뚫린 셈인데 군이 무인기 대응 절차를 제대로 지켜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북한 무인기 5대가 전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우리 영공을 침범해 약 5시간 동안 비행했고, 이 가운데 먼저 진입한 1대는 서울로 진입해 다시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3시간가량 남측에서 비행했다. 군은 이 무인기가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한 뒤 남동쪽으로 직행해 서울로 진입하고 서울 북부를 거쳐 빠져나갔다고 밝혔는데 동선이 선형이 아닌 점으로 표현되는 탓에 ‘서울 북부’의 정확한 범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소식통은 해당 기체가 은평 방향으로 진입한 것은 물론 서울 한강 이북에 해당하는 용산 근처를 비행하면서 대통령실 일대까지 촬영하고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 무인기가 대낮에 대통령실 일대 상공까지 넘어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군의 대공 방어망에 허점이 노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이다.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육군 현무-2C 탄도미사일 낙탄 사고부터 시작해 천공 및 공대지 미사일 발사 실패 등 명백한 작전 실패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군의 대비태세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에 구멍이 났는데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았다”며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국민 안위에 무감각하고 관심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무인기 5대가 우리 영공을 5시간 이상 휘젓고 다녔음에도 격추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지적했고, 김병기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신줄 놓은 윤석열 정부, 안보가 장난이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응 과정에서 (우리) 전투기 추락은 둘째 치고, 적의 무인기가 서울 중심까지 아무 제재 없이 날아온 것 자체가 너무 충격”이라며 “과거 이런 침범이 있었음에도 왜 그때부터 대비하지 못했는지 철저히 검열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5시간 체류 상황이 지역 주민들에게 제때 전파되지 않은 것은 작전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군이 27일 해명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북한 무인기 상황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 등이 발송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 무인기가 실시간대로 움직이면서 거기에 저희가 추적과 감시를 하다 보니 문자 등으로 알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함포에 성에가 끼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