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국민의힘 지도체제가 안정을 찾고, 이 전 대표의 반발이 힘을 잃으면서 여당 권력지형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는 6일 “개정 당헌에 따른 국민의힘의 9월 8일 전국위원회 의결에 실체적 하자나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어 “개정 당헌에 따른 (국민의 힘) 비대위의 출범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정 위원장의 직무집행과 정 위원장을 임명한 지난달 8일 전국위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지난달 8일 가처분(4차)을 신청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를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바꾼 당헌이 소급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입장이다. 이 전 대표는 또 법원 판단을 거쳐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이 이미 정지됐기 때문에 새로운 비대위원장 임명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에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을 위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양 수석대변인은 “이제 비대위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는 집권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민생은 비상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하나 된 힘으로 민생만 바라보고 달리겠다. 위기의 민생을 구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함께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 여당이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윤석열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한 결정”이라고 반겼다. 그는 앞서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에 대해서는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제동을 걸었던 것에도 “앞의 가처분도 잘못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법원 결정 직후 페이스북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밤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논의했다. 이 전 대표 측 소송대리인단은 윤리위 개최에 앞서 낸 입장문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비위 행위를 했는지 적시돼야 소명이 가능하다”며 “당 윤리위는 유령 징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양두구육’ ‘신군부’ 등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비난한 일로 윤리위의 추가 징계심의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과 관련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