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놓고 尹·文 이견…“전 정권 교우에 집착” “합의 준수해야”

윤 전 정권과 달리 예측 가능한 외교 중시

문 “9·19 군사합의는 대립 끝내는 의지”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입력 : 2022-09-18 14:18:51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비쳐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특정한 교우에 좀 집착했다”며 지난 정부와 다른 대북 정책과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반면,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국내 토론회 축사에서 “정부가 바뀌어도 (그간의 남북합의는)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며 남북간 신뢰를 강조했다.

●尹, 전 정권과 다른 외교 노선 강조…예측 가능한 명확성 중시

윤 대통령은 이날 해외 순방길에 오르기 전 한국 주재 뉴욕타임스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문재인 정권의 외교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정부는 북한이라고 하는 특정한 교우(a friend in his classroom)에 대해서만 좀 집착해왔다”며 “(이번 정권은) 소위 미·중 간 경쟁 틈바구니에서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튼튼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확장 억제를 더욱 내실화하고 강화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확장 억제라고 하는 것이 미국 영토 내에 있는 핵무기를 유사시에 사용한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북한이 핵을 도발하는 것을 억지할 수 있는 모든 패키지를 총체적으로 망라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측에 제안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북한이 주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핵을 감축시켜 나가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문을 열고, 또 경제적 지원을 받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우려하는 중국의 태도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은 북핵 위협에 대응해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방어체계”라며 “북핵 미사일에 대응해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이를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의 국방 체계는 중국을 상대로 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 (국방 시스템은) 철저히 북핵 위협에,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 체계로 짜여 있디”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세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미-일-대만-한국 간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는 모두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라며 “특정 국가가 힘으로 어떠한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고 할 때 국제사회가 연대해 저지하고 막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적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이 있을 수 없디”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회복과 관련해서는 “그랜드바겐의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된다”고 했다.

●文, 북한과 신뢰 외교 강조…9·19 군사합의 지켜져야

이와 달리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국회 한반도 평화포럼 주최)를 하루 앞둔 이날 공개된 서면 축사에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나갈 때 신뢰가 쌓일 것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는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다”며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를 합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사상 최초로 능라도경기장의 15만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했던 그 날의 벅찬 감동이 다시금 떠오른다”며 “분단을 넘어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가 하루 속히 열리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축사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자신이 공을 들였던 한반도 평화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 우려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현안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을 두고 윤 대통령이 “참 개탄스럽다”고 한 데 이어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임 정부에 날을 세우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