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2일 첫 국무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1기 내각’은 언제 완성될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당분간 전임 문재인 정부 내각과의 ‘불편한 동거’를 이어갈 형편이다.

후보자 검증을 둘러싼 여야간 ‘강대강’ 대치 속에 윤석열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7명의 장관만으로 1기 내각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임명한 국무위원은 추경호(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이종섭(국방부), 이정식(고용노동부), 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화진(환경부), 조승환(해양수산부),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총 7명이다.

‘반쪽 내각’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출발로 국무회의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18명의 국무위원 등 구성원 20명 중 과반수인 11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임 문재인 정부 장관 8명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물러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7명의 새 정부 장관과 8명의 전임 정부 장관 참석 등으로 어렵게 의결 정족수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후속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새 정부 국정운영 1순위 과제 중 하나인 코로나19 대응 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는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국무총리는 물론 중대본 1차장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2차장인 행정안전부 장관, 질병관리청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검토하는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방향을 논의한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비대위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1호 서명 안건이 민주당이 극구 반대하는 한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라면서 “국민에게 처음 선보이는 서명 안건으로 상대방이 반대하는 총리 임명동의안 요구를 내놓은 것은 마치 선전포고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이 표심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민주당의 고민도 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올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기류도 ‘한덕수 인준’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인준에 협조하지 않으면 김부겸 국무총리가 12일 퇴임한 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으로 제청권을 행사, 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청문회를 마쳤으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재송부 요청 기한까지 넘긴 국무위원 후보자는 이상민(행정안전부), 박진(외교부), 정호영(보건복지부), 원희룡(국토교통부),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5명이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