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 속도전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신구 권력 충돌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윤 당선인이 밝힌 민정수석실 폐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지금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일을 민정수석실의 폐지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사찰해 온 문재인 정권 민정수석실의 흑역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반박했다. 반면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반부패비서관실 때문에 민정수석실을 다 없애겠다는 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애까지 버리는 격”이라며 비판했다.

현 정부의 임기말 ‘알박기’ 비판을 받는 기관장 인사에는 윤석열 당선인 측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실제로 인수위 측은 문재인 정부에 뉴딜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사장 임명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장금융은 전날 허성무 과학기술인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을 새 대표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도 공공기관 기관장과 상임감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적극 행사한 데 대해 윤 당선인측은 비판적인 입장이다. 앞서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3일 이병호 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고, 지난달엔 윤도한 전 국민소통수석이 한국IPTV방송협회장, 김제남 전 시민사회수석이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16일 회동 의제로 오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놓고도 불편한 기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이 우선 윤 당선인의 건의를 들은 뒤 사면 여부를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건의하면 문 대통령도 임기 내 ‘털고 가는’ 차원에서 수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과 맞물려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도 인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이 아직도 사면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문 대통령 최측근인 김 전 지사를 살리기 위해,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 남겨놓은 것”이라고 청와대를 자극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첫 회동부터 갈등으로 비치면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양 측 모두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 등이 출자해서 만든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이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 등 사내·사외 이사 5명의 선임 안건을 의결하려다가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전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