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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원팀에 균열 내는 경선 후유증…與는 진행형, 野는 예고형

여야, 아름다운 경선은 희망사항?

  •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  |   입력 : 2021-10-18 19:58:08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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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이낙연 지지층 이탈 방지 과제
- 대장동 결과에 후보 교체 가능성 여전
- 계파해체 위기 친문세력 움직임도 관건

- 野 윤석열-홍준표 내홍 폭발 일보직전
- 후보 선출 뒤 화학적 결합 불가능 우려
- 일대일·4지선다 여론조사 문항도 뇌관

‘원팀’이 흔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진행형이고, 국민의힘은 예고형이다. 내년 대선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진영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그만큼 내부분열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경선과정에서의 상처가 심상찮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민주당은 경선이 끝나자 마자 ‘원팀’에 균열이 생겼다.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서 결선투표 무산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당무회의는 수용하지 않고 이 지사를 후보로 확정했다. 이 전 대표가 마지못해 수용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화학적 결합으로 연결되기가 쉽지는 않아보인다. 대장동 특혜 의혹사건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균열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휴화산’이다.

국민의힘도 만만찮다. 예비 경선 때부터 시작된 후보간 갈등은 본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누가 후보가 되든 흔쾌한 승복을 기대할 수는 없는 모양새다. “정신 머리” “버르장 머리” 등 ‘머리’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경선’은 구두선(口頭禪)이었고,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흥행을 일으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치러지는 경선이 오히려 내부분열을 촉발시키는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도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분열했던 정당은 결국 야당이 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는 것이 후보들의 첫 과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권리당원 김진석씨와 정환희 법무법인 법조 변호사가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이재명 후보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기 위해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원팀’ 시험대 오른 이재명 후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결선투표 논란이 마무리되면서 가까스로 당내 경선 최종 관문을 넘어섰다. 하지만 원팀으로 ‘용광로 선대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열성적인 이낙연 지지층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결과 수용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열성지지자들은 법원에 당의 대선후보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승복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이 전 대표의 대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사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힘 홍준표 캠프로 둥지를 옮기기까지 했다.

대선후보 확정 직후인 지난 11, 12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2.2%p)에서 이 전 대표 지지층의 40.3%는 차라리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찍겠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는 답변은 14.2%에 불과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선 패배 직후의 격한 감정이 여론조사에 드러난 것으로,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래도 어쩌겠나’라면서 결국은 돌아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심각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이 전 대표도 “맺힌 게 좀 있었다”라고 섭섭함을 토로했고, 아직도 원팀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정운현 전 공보단장은 이 전 대표의 경선 결과 수용 발언 이후에도 이 후보에 대해 SNS를 통해 “근본이 없는 사람”이라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나라도 기꺼이 팔아먹을 사람이다”고 직격하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원팀의 최대 장애물은 이 후보에게 제기됐던 각종 도덕성 관련 의혹들에 이어 터져나온 대장동 특혜의혹이다. 이 후보가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도 경선 기간 중에 불거진 대장동 게이트 때문이다. 이 전 대표 열성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이재명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설훈 의원은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했다.

대장동 사태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도 관건이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사태 추이에 따라 후보를 교체해야 할 상황이 닥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상 ‘용광로 선대위’는 쉽지않아 보인다. 이 후보 스스로 대장동을 설계했다고 인정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이 후보에게로 튀게되면 파문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때는 청와대도 생각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계파 해체 위기에 몰린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움직임도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친문 핵심인사들은 이재명 후보 캠프에도 일부 합류했지만, 대부분은 경선 막판 이낙연 전 대표 진영으로 결집했다. ‘친이낙연’이라서기보다 ‘반이재명’ 성향 때문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재명 후보가 201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거칠게 대립하면서 쌓였던 앙금은 이번 민주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도 영향을 끼쳤다. 극렬 친문들은 이재명 후보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부분 역시 앞으로 화학적 결합을 힘들게 할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은 3차 선거인단 경선에서 참패하면서 입지가 불안해진 이 후보가 좀 더 흔들릴 기미가 있으면 후보 교체론에 힘을 실을 것 이란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측 일부 인사는 “‘극렬 문빠’들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캠프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로 친문을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호남권합동토론회를 앞두고 광주에서 ‘어대윤’(어차피 대통령은 윤석열)과 ‘무야홍’(무조건 야당은 홍준표)을 외치는 지지자들. 연합뉴스
■국민의힘, 후유증 예고되는 막장 경쟁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경선 후유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당내 경선이 종반전으로 접어들면서 대선 주자들 간의 내홍은 폭발 일보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강 구도로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경쟁이 막장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의원이 ‘전투’에 가세하면서 경선 갈등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특정 후보가 압도하지 못하는 경선은 더욱 격렬해질 수 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내달 5일 최종 후보 선출 이후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손바닥에 쓴 ‘王’자로 시작된 주술 논란에 이어 도덕성 공방으로 격한 감정싸움이 벌어지는 등 높아지는 갈등에 대해, 본선 경쟁력을 생각할 때 반드시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 선출을 앞두고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당 선관위는 본 경선에서는 ‘후보별 본선 경쟁력을 묻겠다’는 방침까지만 정해둔 상태다. 세부항목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미정 상태다. 당내 후보들의 캠프마다 의견이 엇갈릴 것이 분명한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또 한 차례 충돌이 불가피하다.

당 선관위는 후보 4명을 각각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로 가상대결을 시키는 방법과, 4명 중 누가 더 이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지를 한 번에 묻는 방안 등 2가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윤 전 총장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측은 일대일 가상대결 방식을 주장한다. 반면 홍 의원 캠프에서는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네 명의 후보 가운데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 한꺼번에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는 질문방식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각 후보진영의 신경전이 도를 넘을 가능성이 예상되는 이유다.

■승복과 불복의 역사

1970년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 결선투표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역전패를 당한 김영삼 후보는 곧바로 “김대중 씨의 승리는 우리들의 승리이자 나의 승리다. 나는 김대중 씨를 위해 거제도에서 무주구천동까지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지 갈 것이다”라고 승복 연설을 했다. 최형우 김동영 등 참모들에게는 “더 큰 일을 하게 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고통을 주셨으니 달게 받고, 당명에 의해 선출된 김대중 씨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자”라고 설득했다.

당시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는 박정희 후보에게 패배했으나, 아름다운 경선의 주역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 모두 훗날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당내경선으로 회자되는 2007년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패배한 박근혜 후보는 현장에서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 경선과정의 모든 일들을 이젠 잊어버리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몇 날 며칠이 걸리더라도 잊자”라고 지지자들을 달랬다. 깔끔하게 승복한 박근혜 역시 5년 뒤 대권을 잡았다.

경선불복의 대표적인 사례는 15대 대선 당시 이인제 후보였다. 당시 신한국당 경선 결선투표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했지만, 끝내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섰다.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자는 해당선거의 본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개정(일명 ‘이인제 방지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인제 후보는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도 불복했다. 노무현 후보의 돌풍에 경선을 중도포기한 이인제 후보는 대선 직전 탈당하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공개지지했다. 그후 이인제 후보의 입지는 급속히 추락했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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