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반루프 추경 예산 전액 삭감 등 견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시의회 리스크’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 삐걱거리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취임 100일 지난 시점에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지만 박 시장은 취임 초기 ‘협치’ 의지를 고수하며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형준(맨 앞줄 오른쪽) 부산시장이 지난 6월 부산시의회 정례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제신문 DB

박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시의회와의 협치를 강조하는가 하면, 최초의 ‘여야정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의회를 시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등 ‘러브콜’을 보냈다. 시의회도 초반부터 박 시장을 강하게 몰아붙일 경우 ‘시정 발목잡기’로 비쳐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정 기간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지난 5월 임시회부터 초기의 태도를 바꿨다. 임시회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어반루프, 요즈마그룹 창업 펀드 조성 등 박 시장의 핵심공약을 놓고 공세를 펼치며 예열을 시작했다.

박 시장에 대한 시의회의 공격은 지난 6월 정례회에서 정점에 달했다. 시의회가 박 시장 취임 후 처음으로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주요 사업 예산을 잇따라 삭감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시의회는 박 시장의 1호 공약인 어반루프 관련 예산 10억 원을 소관 상임위인 해양교통위원회에서 절반으로 삭감한 데 이어 예결특위에서 전액 삭감했다. 박 시장의 첫 조직개편안도 시의회의 벽에 부딪혀 원안에서 대폭 수정돼 간신히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박 시장의 자존심이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시의회의 추경예산안 심의 결과를 ‘부동의’하고,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박 시장은 어반루프 예산 삭감과 관련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전면전을 피하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박 시장은 “앞으로도 의회의 협조를 구해야 할 일이 많은데,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협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서도 “부산 발전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원칙 아래 여야 상생 협치 기반의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했다”면서 “앞으로도 부산의 발전과 부산시민의 행복 만을 위해 상생의 가치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