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몰랐다면 무능, 안다면 기만”
- 국힘 “법 개정 與 합의하면 될 일”
- 野 5개 당은 권익위에 조사 맡겨

감사원의 권한이 아님에도 감사원에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요청하고 나선 국민의힘을 향해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오른쪽 두 번째) 원내수석부대표와 전주혜·강민국 원내대변인이 9일 감사원을 찾아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 의뢰서를 전달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국민의힘은 9일 자당 소속 의원 102명 전원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정식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 12명을 상대로 탈당 권유와 출당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감사원법 제24조 제3항은 직무 감찰 대상 공무원 범위에 “국회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감사원 조사 의뢰에 대해 발언하는 모습. 김정록 기자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9일 이 같은 감사원법을 토대로 국회 조사가 불가하다는 감사원의 답변을 공개하며 “이를 모르고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면 정말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도둑이 자수를 하겠다며 경찰서가 아닌 소방서를 찾는 꼴”이라고 비교했고, 김영배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헐리우드 액션 정도를 넘어서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냐’고 물어보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감사원 설립목적을 바꾸고 감사원법을 개정해 위헌 법률을 만들고서야 전수조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공익감사 청구, 원포인트 입법 운운하고 있다”면서 비판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도 T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5개 정당은 이날 국민권익위에 개인정보 동의서를 제출하고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여당만 합의하면 될 일인데 왜 자꾸 발을 빼는지 모르겠다”면서 “객관적으로 공신력 있는, 국민 신뢰가 높은 데서 하자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일부에서 국회는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를 하고 계신데 감사원에 저희들이 비리가 있어서 감찰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조사 의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조경태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조사가 현행법상 맞지 않다면 권익위에라도 빨리 맡겨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