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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국의 정치 톺아보기] 이재명 줄서기냐, 反李 연대냐…힘빠진 친문의 분화 가속

이재명 질주에 與 세력구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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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사 당내·지역·해외 세몰이
- 포럼·외곽조직 현역 40여 명 확보
- 친문 일부 핵심도 서둘러 손 잡아

- 친문, 대권 후보 내세우지 못해
- 워크숍 무산 등 계파 결속력 약화
- 이낙연·정세균 진영행 의원들도
- 경선연기 재점화… 시간벌기 관측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독주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당내 세력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직선제 실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여당 주류가 권력을 승계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여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주역은 현직 대통령을 탄생시킨 주류가 아닌 당내 비주류 후보였다. 이번에도 여당인 민주당의 ‘압도적 주류’인 친문(친문재인)계는 아직 믿을 만한 ‘적자(嫡子)’를 내세우지 못한 채,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이 지사에게 휘둘리고 있다.
   
이재명(앞 줄 왼쪽 네 번째)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창립총회에서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 지사 오른쪽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오른쪽 사진은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 회원들이 지난 4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경선 연기를 촉구하는 모습. 국제신문DB
당내 주자로는 확고한 1위 자리를 굳힌 이 지사는 여권 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거침없는 질주를 시작했고, 친문 진영은 ‘숙명적’인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이재명 견제’에는 갈수록 힘이 빠지는 국면이다. 후보등록(오는 21, 22일)을 앞두고 경선 연기론이 재점화하면서 마지막 힘겨루기가 시작된 가운데, 주류 진영에서는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연합군’ 구도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파죽지세 이재명

지난달 출범한 이 지사의 ‘성장과 공정포럼’(성공포럼)에는 현역 의원 35명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174명의 20%가 이 지사의 우군이 된 셈이다. 이 지사를 지지하는 현역 국회의원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공포럼은 당내 세력화의 발판이기도 하다. ‘반(反) 문재인 딱지’가 붙은 이 지사에게 현역 의원 35명이 합류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언제든지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지사가 내민 손을 적지 않은 현역 의원이 서둘러 잡았다는 얘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 ‘이재명계’로 불릴 수 있는 의원은 7인회(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김남국 문진석 이규민 임종성) 중심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성공포럼을 계기로 원내 세력이 대폭 확대됐다. 친문 핵심인사의 모임인 ‘민주주의 4.0’ 회원인 서삼석 민형배 홍정민 전용기 의원 등도 포럼에 합류했다. 텃밭인 호남 출신으로는 민형배 서삼석 의원과 함께 이원택 주철현 김윤덕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10명가량으로 분류되는 박원순계 핵심인 박홍근 의원도 SNS를 통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이 지사를 지원하는 외곽단체 성격을 띤 ‘민주평화광장’이 창립대회를 열었고, 오는 15일 서울을 비롯해 지역별 출범식을 가지면서 세를 확산하려 한다.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인 조정식 의원과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전 장관이 공동대표를 맡았고, 김성환 이해식 이수진 이형석 장경태 전용기 의원 등이 참여했다. 현역 의원 30여 명이 참석해 오프라인으로 열린 창립대회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고, 발기인 규모만 1만5000여 명에 달한다. 성공포럼과 민주평화광장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은 중복된 인원을 제외하더라도 40명을 넘는다. 이달 하순에는 해외까지 망라하는 지원조직 ‘공명포럼’도 출범한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50여 명은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켜버리는 것으로 힘자랑을 했는데, 친이재명계도 과거 친박계에 버금가는 세력을 과시하게 된 것이다.

■힘 빠지는 친문…경선연기 재점화

이 지사의 이 같은 질주와 반비례해 친문 진영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적자(嫡子)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시도는 번번이 좌절됐다. 지난달 6일 친문 전재수 의원이 ‘대선 후보 경선 연기’ 깃발을 들었으나 후속타 불발로 제동이 걸렸다. 기대와 달리 친문 의원과 핵심 지지층의 지지 발언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당 지도부의 뒷받침도 없었다.

경선 연기론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러지는 듯했으나,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돌풍’이 민주당 지지층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고, 경선 연기론의 명분을 제공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지난 4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초선 의원 4, 5명이 대선 경선 연기 논의를 제안해왔다”면서 “그 문제를 공식 테이블에 올릴지 말지를 한 번 논의해보는 단계”라고 불씨를 살렸다. 같은 날 강성 친문당원들도 움직였다.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당원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흥행은 민주당 대선 승리의 열쇠”라며 “경선 일정을 연기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후보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경선해서는 흥행에 실패하고, 결국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명분이다. 하지만 속내는 이 지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새로운 후보를 찾거나 다른 후보가 뜰 때까지, 또는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가 합종연횡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는 21일 경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데다, 유력주자인 이 지사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경선 연기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오는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 당대표 돌풍이 현실화되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면 경선 연기 주장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친문 당원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 요구가 몰아치고, 이를 빌미로 친문 최고위원이 송영길 대표를 압박해나가는 수순도 가능하다.

지난달 14일과 15일 강화도에서 예정됐던 민주주의 4.0 워크숍이 무산된 것도 친문 분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선 경선을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워크숍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권 재창출과 관련한 논의가 오갈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와 ‘제3의 친문후보’ 문제가 거론될 수 있는 자리였다. 경우에 따라 ‘반(反)이재명’으로 분위기를 몰아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워크숍을 사흘 앞둔 시점에 누군가 언론에 흘렸고, 회합은 결국 취소됐다. 워크숍이 무산되면서 ‘제3의 친문후보론’은 급격하게 힘을 잃어갔다.

지난해 11월 결성된 ‘민주주의 4.0’은 어떻게 보면 친문 핵심의원을 끝까지 결속하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분열을 방지해야만 끝까지 계파의 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의 친문 후보’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이재명 지사의 1강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민주주의 4.0’의 결속력도 점차 느슨해지고 있고, 친문 의원들은 ‘빅3’ 진영으로 흩어지면서 분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주의 4.0 정례 토론회에 소속의원 56명 가운데 20여 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읽힌다.

■친문, ‘이재명 과반 저지’ 후 결선 뒤집기 전략?

민주당은 최대 6명까지 본 경선에 진출한다. 본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해 늦어도 내달까지는 예비경선을 마무리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빅3’로 불리고 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인 이광재 의원,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선두주자인 박용진 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등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두관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한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이달께로 예상되는 대법원의 선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이 지사가 압도적인 1강을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친문 진영이 이 지사를 넘어설 수 있는 카드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지사에 대한 친문의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을 고려할 때, ‘반(反)이재명 합종연횡’을 마지막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1차 경선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이 지사의 과반을 저지할 수 있으면, 친문과 강성당원의 지지를 결집해 결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해진다. ‘2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는 배경이다. 경선이 연기되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타이밍도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사로 쏠린 지지율을 감안할 때 결선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당내 후보 경선에서 각각 56.5%, 57.0%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후보로 선출됐다. 대선후보라는 무게를 고려할 때 1위 후보가 2위 후보를 압도했을 때 결선투표에서 2위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역전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위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모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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